헌데 들리지 않는다. 시동 거는 소리만 요란할 뿐 가속 페달 밟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말만 무성하고 행동은 없다.
당연한 현상이다. 지금은 예열 단계이지 주행 단계가 아니다.
정부가 '세종시위원회'와 '세종시TF'를 꾸리기로 했다. 구성 시점은 이 달 중하순. 정부의 일정대로라면 세종시 수정안은 빨라야 12월에나 나온다. 정부가 행동 개시할 시점, 즉 대국민 설득전에 나설 시점이 빨라야 연말이라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표측의 행동 개시 시점은 더 늦다. 정부가 대국민 설득전을 거쳐 행정도시건설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박근혜 전 대표측은 비로소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반대를 외칠 수 있다.
주목하자. 이 일정이 여권 내 세종시 공방 지형을 규정한다.
정부는 기대한다. '백문이불여일견'이란 속담이 현실화되길 기대한다. 지금은 세종시 수정 총론만 제시돼 국민이 오해하고 있지만 세종시 수정의 청사진이 제시되면, '자족'을 뒷받침할 이전 대상(기관과 기업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면 여론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모른다. 정부의 희망사항이 현실화되면 예열 과정에서 벌어지는 공방은 공포탄이 될지 모른다. 박근혜 전 대표의 주문, 즉 "설득하고, 동의를 구한다면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해야" 한다는 주문이 결과적으로 실현되면 의외로 싱겁게 끝날지 모른다. 박근혜 전 대표가 입만 열면 강조하는 '국민적 동의 절차'가 완료됐다고 판단해 한 발 물러설지 모른다.
하지만 기대 난망이다. 정부가 희망사항을 기정사실로 만들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 수정안을 제시한 지 며칠 만에 법안을 처리하려고 하면 야당이 묵과할 리 없고 여론이 묵인할 리 없다. 국민 설득은 고사하고 국민 반발만 자초하기 십상이다. 이런 판에 박근혜 전 대표가 발을 담글 리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순리대로 일을 푸는 것인데 이 또한 간단치 않다. 행정도시건설특별법 개정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세종시와 지방선거가 맞붙어 버린다. 한나라당 안팎에서 지방선거 공천 분위기가 조성되고 계파 논리와 결속력을 더욱 강화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선 나쁘지 않다. 지방선거 공천에서 유리한 지형을 창출하기 위해서라도 세종시 문제를 고리로 걸어야 한다. 행여 정부가 행정도시건설특별법 개정 시점을 내년 2월 나아가 4월로 미룬다 해도 동의할 까닭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더 큰 포석을 깔 수 있다. 세종시 문제를 자신의 선거 참여와 연계시킬 수 있다. 세종시 원안(플러스알파) 추진을 자신의 지방선거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걸면서 실력 행사에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보니 드러난다.
자타가 운위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시점,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설 시점은 지방선거 전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말 그대로다.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 공방이 극점에 도달하는 시점은 지방선거 직전이다.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서 행동 개시에 나설 시점도 지방선거 직전이다.
물론 다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정부가 세종시 문제 처리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는 경우다. 지방선거 때까지는 숨고르기만 하는 경우다.
하지만 이건 유보다. 철회가 아니라 유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짐짓 모른 체 할지, 아니면 명시적으로 최종 입장을 밝히라고 정부를 압박할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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