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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계의 안성기, 배우 서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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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인터뷰] 뮤지컬계의 안성기, 배우 서범석

[人 스테이지] 뮤지컬 '남한산성'의 홍타이지로 무대를 압도하다!

사악함과 천진함, 날카로움과 부드러움, 진지함과 유머를 동시에 지닌 배우가 있다. 그 이름만 들어도 공연의 신뢰가 가게끔 만드는 배우. 넓은 무대 위에서 그만큼 더 커지는 뮤지컬배우, 서범석을 만났다.

▲ ⓒ프레시안

그는 현재 뮤지컬 '남한산성' 공연 중에 있다. 뮤지컬 '남한산성'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원작으로 전쟁과 굴복이라는 치욕의 역사, 죽음 앞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던 우리 조상들의 기개, 그리고 그 역경의 시대를 살아낸 모든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거대한 사건 속에서 방황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의 삶을 역사 속 이야기 안에서 재조명하는 뮤지컬 '남한산성'. 그는 이 작품에서 홍타이지 역을 맡았다.

▶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매일 변신하는 배우

▲ ⓒ프레시안
"사실 처음에는 인조 역이었어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중국 공연 관계로 못하게 됐지요. 그런데 연출가님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공연을 못하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는데 노트르담 드 파리 중국 공연이 취소 됐어요. 인조 역은 다른 사람이 캐스팅 됐으니 홍타이지 역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묻더라고요. 홍타이지가 누구냐고 물었죠. 청나라 황제라는 거예요. 고민하던 중에 왕 역할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맡은 홍타이지는 청나라의 새로운 칸으로 조선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인물이다. 홍타이지의 위엄과 거침없음, 그리고 광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한다. "왕이지만 청나라 왕이잖아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왕처럼 표현해서는 안되겠구나 싶었어요." 차별성을 두기 위해 그는 망나니 같은 왕을 표현하기로 했다. "책에 보면 거침없는 표현과 장면들이 있어요. 우리나라 왕에게 세 번 절 받고 그 술상에다가 오줌을 갈겨버리는, 그런 또라이 기질이 있거든요. 그 기질을 어디서 표현해야할까 고민했죠. 마지막에 겁주는 신이 있어요. 항상 지휘봉을 들고 위엄 있는 모습들로만 등장하는데 그 신에서 한 번 발휘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사실 역대 정복자들은 다 또라들이죠."

▲ ⓒ프레시안
극중에서 서범석은 전에 없던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등장한다. 무대가 아니라면 재미삼아 따라해 보기도 쉽지 않은 스타일이다. 그 모양이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 "긴 머리를 하고 싶은데 저는 머리가 잘 자라지 않아서 긴 머리를 못해요. 청나라 왕의 독특함, 사실적이지는 않잖아요. 비사실적이지만 그의 무력의 거침없음과 자유분방함과 호탕함을 동시에 갖출 수 있는 헤어스타일이 나와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해요."

극중에서 가장 신기하고도 불안한 부분은 홍타이지가 공중에서 말을 타고 노래하는 장면이다. 올려다보기만 해도 그 높이가 어마어마해 아찔하다. "처음 탈 때 너무 무서웠어요. 전 신에는 실컷 겁줘놓고 올라가서는 내가 겁먹은 거지. 그 모습이 너무 웃겼었는데 하다 보니 적응이 되더라고요. 특히나 그 장치를 하시는 분이 제가 아버지로 생각하시는 선생님이세요. 그 선생님께서 안심하고 타라고. 그 한마디에 그냥 안심이 되더라고요." 그는 뮤지컬 '남한산성'의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항복의 수치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조선의 왕 인조의 굴복 장면을 택했다. "이번 작품에서 많은 사람들이 압권으로 여기는 장면은 인조가 아홉 번 절하는 부분이에요. 절을 할 때마다 함께 퍼지는, 심장을 울리는 그 소리. 그 장면이 상징적으로 표현이 되잖아요. 당시 우리의 굴욕감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 같아요. 관객들도 우리에 현실에 비춰 그 장면을 슬퍼하시는 것 같고. 그리고 홍타이지의 첫 등장장면. 남한산성의 모든 기술력이 응집된 장면이죠."

▲ ⓒ프레시안

작년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서범석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인간의 욕망 속 숨은 얼굴을 드러내는 주교 프롤로 역을 맡아 소름끼치는 악 동시에 고뇌를 표현했다. 기억해보자니 고민하고 갈등하는 악역의 이미지와 은근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은근히가 아니고 그동안 악역 전문배우였어요." 그는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무대를 압도한다. 서범석만의 아우라가 악역을 완벽히 소화하게 만들고 관객들의 감탄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연구하는 시간들, 그것이 악하면서도 인간적인 그만의 인물들을 탄생시켰다. "악역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면, 관객들이 그가 왜 악한 인물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1차원적 인물에 머물게 돼요. 사람이 악한 데는 다 이유가 있거든요. 사실 홍타이지가 악한건가? 자기 나라 입장에서 보면 대단한 거지.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그 이유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하죠." 작품 속 홍타이지 역시 대륙을 집어삼킬 듯한 자신감과 날카로움을 지녔지만 적을 인정하고 포용할 줄 아는 대범함과 인간미를 보인다. 그게 바로 배우 서범석이 그려낸 뮤지컬 '남한산성'의 홍타이지다.

▶ 사람, 삶에 대한 애정이 있는 배우

▲ ⓒ프레시안
서범석은 요즘 뮤지컬계의 안성기라 불리고 있다. 배우 서범석의 공연을 본 관객이라면 그 호칭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 호칭이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 "마음에 들죠, 당연히.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거든요. 영화배우 안성기라고 하면 영화계의 큰형님이고 바른생활 사나이고 타의 모범이 되는 분이죠. 저는 사실 조금 부담스럽기도 해요. 저도 어떠한 강직함과 우직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은 약간 요령이 생긴 것 같거든요. 그 부분에 있어 부끄럽습니다. 저는 뮤지컬계의 변성기 정도?(웃음)"

서범석은 지금껏 수많은 작품을 거치며 수많은 역을 만나왔다. 필자는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가 기억에 남아 슬쩍 물었다. "미스터 마우스 정말 열심히 했어요." 서범석은 이 공연에서 지능이 낮은 인후 역을 맡아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 뮤지컬 남한산성 속 홍타이지를 보자면 절대로 상상되지 않는 역이다. "그 작품을 준비하며 첫 공연을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에 열심히 했어요. 이유는 전작에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하면서 내가 준비를 많이 했더라면 더 잘했을 것을, 이라는 아쉬움이 항상 있었거든요. 나는 공연을 하면서 점점 좋아질 거라 믿고 작품에 임했는데 그게 내 실수였어요. 처음부터 잘했어야 했는데. 정말 좋은 배역이 왔는데 연습을 부족하게 했던 게 너무 속상했어요. 다시 한 번 그 작품을 한다면 그런 일이 없을 거예요. 정말 잘 할 자신이 있는데 그 당시는 좋은 역할임에도 내 기량을 다 발휘하지를 못했어요. 그게 안타까워 미스터마우스 때는 첫 공연부터 마지막 공연의 완성도를 가지고 가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관객들도 좋은 평을 내려주시지 않았나 생각해요." 인후는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그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물었더니, "단순하고 생각을 많이 안하고 좀 바보 같은 면!"

▲ ⓒ프레시안
뮤지컬 마니아들 거의 대부분이 배우 서범석을 좋아한다. 그럼에도 진정한 팬이라 한다면 그저 '좋아하는' 관객들과는 다르다. 배우에게 있어 팬은 원동력이나 마찬가지다. "제 팬들, '야단범석'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잘해주고 있어요. 감사하죠. 그동안 뮤지컬 배우로써의 위치에서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줬던 분들이 계시고, 야심만만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었는데 그 방송을 보고 찾아온 팬들이 계세요. 그 둘이 서로 적응을 못하고 서로 열심히 했었어요. 그래서 기존 우리 팬들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어줬어요. 그러다 서로 합쳐지고 융화됐죠. 그게 기분이 좋아요. 난 그럴 줄 알고 있었어요." 배우로써 팬의 존재는 많은 힘이 될 것이다. "그럼요. 항상 응원해주고 박수 쳐주고. 객석에 와서도 못하더라도 격려해주고. 심지어 목 관리 잘 하라고 보약도 지어주는 등 고맙고 힘이 되죠."

관객과의 소통을 원하고 꿈꾸는 배우 서범석. 사람 냄새 나는 그는 관객과 함께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다. "그 인물이 이 작품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를 먼저 캐치해요. 그것이 없으면 작품을 하지 않아요. 그게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기 때문이에요. 배우가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관객이 없다면 연기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요. 또 하나, 우리는 모두 사람이다, 라는 것에서 시작해요. 모두가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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