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이후 이 조항에 의해 기소된 시민에게 처음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이제식 판사는 지난해 8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 집회에 참가했다가 집시법 위반과 일반 교통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권모(42) 씨에 대해 집시법에 한해 무죄를 선고했다. 단, 일반 교통 방해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벌금 30만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법재판소가 해당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내년 7월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해당 조항이 위헌이란 사실이 확인된 만큼 집시법 조항에 한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헌재법에 따르면 형벌법규로서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고 해당 조항을 근거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전면적으로 재심이 허용된다"며 "따라서 해당 조항을 그대로 적용해 유죄를 선고할 경우 오히려 심각한 법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헌재가 기존 조항을 잠정 적용하도록 결정했다고 해서 결정 내용의 본질이 위헌에서 합헌으로 변질된 것은 아니다"라며 "따라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이 위헌·무효란 사실이 확인된 만큼 처벌법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촛불 집회 이후 집시법 등으로 기소된 900여 명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9월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한 조항을 두고 '헌법 불합치'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 조항은 내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며, 그때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7월 1일자로 자동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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