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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대 위에서 자유로운 배우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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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인터뷰] 무대 위에서 자유로운 배우 김종원

[人 스테이지] 뮤지컬 '더 매지션스(The Magicians)'의 엉뚱 스님

어느새 문 앞에 한 스님이 서 있다. 아니, 한 남자가 서 있다. 큰 키에 말쑥한 옷차림을 하고 있지만 도통 스님 복장을 한 그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왠지 3년 전에 맡긴 보드를 찾으러 왔다고 말할 것만 같다. 눈을 마주치자 다행히도 '안녕하세요'라며 평범한(?) 인사를 건넨다. 뮤지컬 '더 매지션스(The Magicians)'를 본 관객이라면 잊을 수 없는 그 스님, 한 번 만나면 잊을 수 없는 그 배우 김종원을 만났다.

▲ ⓒ프레시안

배우 김종원은 질문을 받기 전에 다소 엉뚱한 "왜 저를 인터뷰 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뮤지컬 '더 매지션스(The Magicians)'를 관람한 관객이라면 도통 그를 잊어버릴 수 없게 만들고도 천진난만한 질문이다. 장난기 가득한 눈의 김종원은 확실히 스님보다 스노우보드 선수에 더 잘 어울리는 체격과 외모를 지녔다. 그는 뮤지컬 '더 매지션스(The Magicians)'에서 극의 주 무대가 되는 카페를 방문하며 관객들을 찾아온다. 이유는 3년 전 맡기고 간 보드를 찾기 위해서다. 작품 속 스님은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절로 들어간다. 카페를 찾은 그 때는 절을 떠나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다. 상처를 줬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목에서 들르게 된 마법사밴드의 카페. 배우 김종원은 그 스님이 자신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뭔가 엉뚱하면서도 즉흥적인 면이 저와 닮았어요. 스님도 연인과 헤어지고 절로 들어갔다가 또 다시 나오잖아요. 그 순간의 기분대로, 느끼는 대로 행동하는 제 모습과 많이 닮았어요."

▲ ⓒ프레시안
김종원이 연기하는 스님은 스님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와 절대 부합할 수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캐릭터다. 관객은 카페에 들린 이 스님으로 인해 웃음을 참지 못한다. 시원한 맥주를 달라고 하며 돈이 없다고 덧붙인다. 스님이 육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육포를 집어넣는 카페 주인을 조용히 불러 '육포'라고 한마디 한다.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며 '이 외제 맥주 참 맛있네요'라고 감탄한다. 외투를 벗으면 보드 복장이다. 승복 바지를 한 컷 추켜올려 폭소를 터뜨리게 만들고는 흥에 겨운 노래를 부른다. 관객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오히려 관객들이 눈을 피하게끔 한다. 그러나 관객들이 스님을 기억하는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스님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해요. 천수경을 올리잖아요. 3년 동안 재성의 곁을 맴돌고 있던 자은과 친구들의 아픔을 어느 정도 해결해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정확한 새 출발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희망을 느끼도록 만들죠."

▲ ⓒ프레시안
낯선 스님의 캐릭터지만 김종원이 연기하는 그 인물이 낯설지만은 않은 이유는 그가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무슨 역인지 정확히 알고 흡수했기 때문이다. 또한 진심을 다해 그 순간을 살고 있는 김종원을 관객들이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것이 어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관객들을 편안하게 만들고 마음껏 웃게 만든다. 스스로 스님이 되어 즐기는 배우 김종원. 자신이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믿음에 이 작품을 선택할거라 예상했으나 그와 뮤지컬 '더 매지션스(The Magicians)'의 첫 만남은 극중 스님처럼 다소 엉뚱하다. "저는 처음에 오디션 공고를 보고 마법사들이 나와 마법 쏘는 내용인 줄 알았어요. 그 중에 스님이라고 하길래 마법사들이 나오는 뮤지컬에 스님 역할이니 묘한 매력이 있겠다 싶었어요. 예를 들어 영화 퇴마록에 다들 퇴마사들인데 안성기씨가 신부로 나오잖아요. 뭔가 그런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완전히 빗나간 거죠." 그럼에도 오디션을 본 김종원은 느낌이 좋았다. "결혼을 하고 일 년 정도를 작품을 안했다가 오디션을 봤더니 자꾸 떨어지더라고요. 이 작품이 거의 열 번 만에 붙은 거예요. 근데 붙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느낌이 좋더라고요."

▲ ⓒ프레시안

배우 김종원은 올해 2월에 결혼했다. 그 상대는 현재 작품을 함께 하고 있는 배우 조수빈이다. 그녀는 뮤지컬 '더 매지션스(The Magicians)'의 멀티 역으로 키보드를 연주하며 감초 역을 해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첫 무대, 게다가 1년 만에 다시 서는 무대가 떨리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제가 첫날 너무 떨리고 흥분되는 마음에 정신이 없었어요. 뭐만 하면 관객들이 좋아하니까요. 충분히 재밌는 캐릭터인데 더 웃기려고 노력하고 조금 더 튀어 보이려고 했던 것 같고. 애드립이 과하면 극 전체의 앙상블이 깨지잖아요. 조절을 했어야 하는데, 대본대로 했어야 하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 주체를 못했던 것 같아요. 그날 성원이 형이 그랬대요. 종원이가 1년 만에 공연을 하는 거니까 오늘은 종원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자고. 모든 걸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버렸어요." 그래도 속은 시원했겠다고 물으니 역시다. "아, 정말 시원했어요!"

▲ ⓒ프레시안
그는 극중에서 맥주를 마신다. 객석에서 탄성이 나올 만큼 한 병을 원 샷으로 들이킨다. 어떤 맥주회사의 광고처럼 관객들은 맥주를 눈으로 마시는 듯 그 양이 줄어드는 것을 침을 삼키며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는 걱정이 된다. 혹시 사례가 걸리지는 않을까? 더불어 진짜 맥주일까? "첫날은 진짜 맥주를 마셨어요. 어우, 트림이 아주 그냥. 그래서 콜라로 바꿨어요. 그러나 콜라도 역시 트림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지금 마시는 건 커피에요. 커피가 흔들면 거품도 나고 색도 비슷하고. 하지만 2회 공연이 있는 날은 그것도 위험해요. 일요일 2회 공연을 했는데 커피만 거의 2000cc를 마신 거예요. 카페인이 심장을 정말로 벌렁거리게 만들고 정신이 없더라고요." 안 그래도 공연에 취해있는 그가 커피에도 취했다. "베이스, 기타, 드럼, 키보드 등의 악기소리가 각자 다른 곳에서 들리고 관객들이 하품하는 소리까지 다 들렸어요. 거의 환각상태지요." 마지막 공연 때는 다시 한 번 진짜 맥주를 마시며 공연을 하고 싶다고 한다. "즐겁게, 그 순간에 취해서 해보고 싶어요."

▲ ⓒ프레시안
그의 에피소드를 듣고 있자니 김종원만의 유쾌함과 여유는 무대 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가식이 없는 모습으로 사람을 대하며 진심을 이야기하는 그만큼 무대 역시 진실할 것이다. "마음이 제일 중요하죠. 즉 진심이요. 춤이든 노래든 연기든 모두 진심이에요. 이를테면 춤을 춘다, 라는 생각으로 춤을 추면 관객의 입장 역시 저사람 춤을 잘 추는 구나, 밖에 되지 않아요. 그러면 굳이 뮤지컬을 볼 필요가 없어요. 무용공연을 보면 되죠. 훨씬 더 잘 하니까요. 그 상황과 인물에 온전히 흡수돼 진심을 표현하는 거예요. 깔끔하고 시원하게, 감정이 느껴지는 대로 말이죠." 관객들은 항상 그런 배우, 그런 무대 만나기를 갈망한다. 그 마음을 담아 꼭 한 번 연기해보고 싶은 역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약 5초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김종원이 말한다.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또 약 5초. "저는 언젠가 뮤지컬 아이다의 라마데스 역을 해보고 싶어요. 절절하잖아요. 마지막 아이다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 그 컴컴한 곳에서 아이다의 목소리만을 듣고 체온만을 느끼며 죽어가잖아요. 이미지 적으로는 저와 잘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아요. 많이 노력해야죠. 언젠가는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역이에요. 그 애절함과 슬픔 그리고 사랑이 저를 감동시켰거든요." 닮고 싶은 배우로는 아담 파스칼을 지목했다. "거칠면서도 섬세하고 또 깔끔하죠. 음도 떨어지고 삑사리 같기도 한데 삑사리가 아니고, 한마디로 그것이 감정 표현이었던 거죠. 보면 시원하잖아요." 영화배우로는 브루스 윌리스를 꼽았다. 스님 역을 위해 머리를 밀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왠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브루스 윌리스와 닮으셨어요. 완전히 외국인 체형이시거든요. 브루스 윌리스 역시 거칠면서도 세세한 연기가 있죠. 대본에는 'where is my gun'인데 'where is the my fucking gun'으로 자연스럽게 칠 수 있는 그것! 멋져요!"

배우 김종원. 그가 마지막으로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누구나 아픈 기억이 있죠. 하지만 그 상처에만 매달려 현재를 사는 일은 비극이지요. 과거의 아픈 사랑 역시 좋은 기억과 함께 추억일 뿐 새로운 빛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요. 죄책감과 후회는 떨쳐버리고 새 길을 바라봐도 괜찮다는 것을요. 작품이 어둡고 우울하지만 분명 희망을 제시하고 있거든요. 관객들이 그것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즐기다 가졌으면 좋겠고요. 공연은 즐거워야 해요. 사랑과 아픔, 기억과 상처 그리고 희망을 함께 즐기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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