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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의 '국민행복지수'가 걱정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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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의 '국민행복지수'가 걱정되는 이유

'좋은 수치' 아니라 '정확한 수치', 나올 수 있을까

경제위기가 한참 진행 중인 지난 연말 국내 경제연구기관이 일제히 곤란한 상황에 빠졌었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지난 98년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2009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때문이었다. 국책 연구기관 만이 아니라 민간 연구기관에도 정부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후문이다. 솔직하게 발표하자니 정부 눈치가 보이고, 통계 수치를 마사지 하자니 연구기관으로서 신뢰도가 깎이고, 난감한 일이었다.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은 "연구원을 정부의 Think Tank(두뇌)가 아니라 Mouth Tank(입) 정도로 생각하는 현 정부에게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한갓 사치품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었다. 이 전 원장은 지난 1월 이명박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 정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압력을 행사해 임기를 1년 반이나 남겨 놓고 사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개인의 행복이나 삶의 질을 사회 발전의 척도로 삼아야 한다"며 이를 위한 새로운 지표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보면서 지난 연말에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MB "국민 행복도 꼼꼼하게 챙겨나갈 것"

이 대통령은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3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 축사에서 "대한민국은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실질적인 선진화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삶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경제는 물론 국민의 행복도를 꼼꼼하게 챙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OECD 세계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는 이 대통령 ⓒ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이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를 강조한 이유는 이날 OECD 세계포럼 핵심주제가 바로 소득에 기반한 국내총생산(GDP)을 뛰어넘는 새로운 발전 지표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GDP는 매년 증가하지만 당신의 삶은 행복하십니까?" 세계포럼에서 새로운 지표 개발을 고민하는 이유다.

세계포럼 둘째 날인 28일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GDP, GNP(국민총생산), GNI(국민총소득) 등 기존 거시경제지표를 보완·대체할 국민 총행복지수(GNH·Gross National Happiness)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사회발전을 위해 1인당 국민소득의 증가를 우선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일부 고소득 계층의 소득이 증가하는 경우 1인당 평균 소득은 증가할 수 있고 중하위 소득 이하 계층은 불안정한 일자리와 소득 감소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성장'과 '삶의 질',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이명박 정부도 이런 흐름에 동참해 올해 연말까지 '국민행복지수'를 만들겠다고 한다. 청와대는 지난 8월 "GDP, GNI 등 거시적 소득관련 지표뿐 아니라 개인의 삶과 행복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포괄하는 지표의 필요성이 커지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연내에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에 주목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특히 경제위기로 경제적 양극화가 더 심화된 상황에서 국민의 삶의 질은 구체적인 통계치를 보지 않고서도 최악의 수준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국민행복지수'가 좋지 않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런 결과를 놓고 현 정부는 무엇을 바꿀까? '국민행복지수'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꾸려고 할까, 아니면 '국민행복지수'를 바꾸려고 할까?

또 'MB노믹스'는 '성장우선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성장과 삶의 질, 성장과 행복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노동시간의 증가로 소득이 늘어나면 GDP는 증가하나 삶의 질은 떨어진다. 공장이 늘어나고 생산이 늘어나면 GDP는 증가하지만 삶의 질과 연관된 환경은 파괴된다.


한국, 개인의 자유 104개국 중 70위


한편 GDP 등 소득지수가 아닌 다른 지수와 관련해 26일 영국의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인 레가툼 연구소가 '레가툼 번영지수(Legatum Prosperity Index)'를 발표했다. 경제적 기반, 통치지배구조, 개인의 자유, 교육, 건강과 사회자본 등 9개 부문을 종합해 각국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이 지수에서 한국은 104개 국가 중 26위를 차지했다. 1위인 핀란드를 포함해 상위 20위 권에 든 나라 가운데 80%가 북미와 유럽대륙 국가들이었다.

한국은 경제적 기반은 21위, 기업 및 기술혁신 16위, 통치지배구조 27위 등은 양호한 평가를 받았지만 개인의 자유는 70위로 뚝 떨어졌다. 또 교육은 30위, 건강과 사회자본은 각각 31위, 민주주의 32위, 안전 및 안보 부문은 36위를 차지했다.

개인의 자유라는 차원에서 한국이 104개 나라 중 70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더 나빠졌다는 사실은 '미네르바 사건' 등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도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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