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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오페라 '베르테르'에서 연기하시는 샬롯은 어떤 인물인가요?
샬롯은 활발하고 아름다운 여자예요. 또 어머니가 없기 때문에 동생들에 대한 장녀로서의 책임감이 있어요. 가족들도 그녀를 신뢰하지요. 그에 따른 부담감도 없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도 여자고 스무 살로 나이도 어리고요.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여인을 표현해야 했어요. 너그럽고, 우아하고, 후덕하고, 자상한 여성, 온 지구상에 있는 남성들이 모두 바라는 그런 여성상이 바로 샬롯인 것 같아요.
- 샬롯이라는 배역을 맡게 된 동기나 계기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작품에선 다른 주역들보다 늦게 뽑혔어요. 처음엔 '베르테르 한다더라' 하는 소리만 듣고 '아 그렇구나' 남의 일처럼 생각했죠. '오디션에는 예쁘고 젊은 친구들이 많이 하겠네'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러던 중 이 작품의 예술감독이신 김덕기 교수님께 전화가 왔어요. 10월 11월에 스케줄 있냐고 물으시길래 없다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그러면 오페라 '베르테르' 같이 합시다'하고 프로포즈하시더라고요. 당연히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스케줄 잡힌 것도 없었지만 다른 작품이 들어왔다고 해도 이 작품을 택했을 거예요.
그리고 5년 전에 샬롯을 한 번 올린 적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상대적으로 나이도 어렸고 제대로 소화를 못했던 것 같아요.
- 이번 오페라 '베르테르'는 불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공연된다고 들었습니다. 불어와 한국어 공연 모두 출연하시나요? 만약에 출연하신다면, 두 가지 버전의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일단 4회는 한국어로 가고 1회는 원어로 가요. 양송미 선생님이랑 한국어, 불어 나눠서 해야 했는데 양송미 선생님이 사정이 생겨서 불어 공연 한 번을 제가 하기로 했어요. '옛날에 했던 적 있으니까 원어로도 하시죠.' 사실 거절을, 정중히 해야 하잖아요? 전화를 자다가 받았어요. 얼떨결에 하하 웃고 '제가요?'하다가 약속이 돼버려서(웃음).
양쪽 언어로 하는데 중압감이 있어요. 원어를 다시 봤을 때 예전에 한 번 해 본 경험이 있어서 감이 약간은 오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어 같이 들어가니까 불어도 한국말도 잘 안되는 것 같았어요. 단어 끊어지는 데서 숨을 쉬고 다시 호흡을 하고, 쥘 마스네가 그걸 지었을 때 끊어짐까지 호흡을 감안해서 썼을 텐데 악보 흐름이 한국어로 바뀌니까 단어가 이어지지 않는 거죠. 다행히 원어 공연은 11월에 노원에서 있어요. 한국어 공연이 10월에 끝나고 11월 초부터 원어 쪽을 더 많이 봐야겠다는 생각이에요.
-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나 음악은?
이 작품엔 전반적으로 프랑스 음악이 굉장히 많아요. 그 중에서도 특히 베르테르의 아리아가 있는데, 베르테르가 노래를 끝내자마자 샬롯이 받아서 고음으로, 매우 극적으로 끝나는 이중창이 있어요. 그게 제일 인상적이예요. 샬롯이나 베르테르의 감정이 절정으로 치달아서 어떻게 하지 못하고 간절하게 끝나는 이중창. 아주 애달픈 장면이에요. 보는 분들도 아마 똑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 인물의 심리묘사는 어떻게 준비하시고 어떤 식으로 표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전 남의 것을 많이 컨닝하는 편이예요. 비디오나 DVD를 보면서 제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컨닝도 하고 모방도 하고요. 왜냐면 너무 좋은 분들이 많고 좋은 장면을 보여주면 따라하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요. 서적도 많이 보고 '아 여기는 이게 좋고 나는 이렇게 하면 더 낫겠다', '아 저건 좀 아닌데 아 나는 이렇게 할래'하면서 샘플을 많이 보는 편이예요. 맘에 들면 발전시키고 아니면 빼고 하면서요.
- 오페라를 많이 접해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오페라를 재밌게 보는 법!' 정도의 관전 포인트 부탁드립니다.
오페라 '베르테르'는 다른 오페라와는 다르게 극 위주로 가요. 대화하는, 그러니까 서로 노래 부르고 이런 과정에서 서정적인 아리아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뜻을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한 번쯤은 집에서 인터넷으로 베르테르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온다면, 하다못해 조금 일찍 와서 팜플렛이라도 읽어본다면 오페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실 거예요. 쥘 마스네가 어떤 작곡자인지, 노래 풍에 대해서도 조금이라도 알고 오시면 귀에 쏙쏙 잘 들어오지 않을까 싶네요.
- 메조소프라노로서의 삶에서 오페라란 어떤 의미인지요.
한국에선 메조소프라노가 주연이 별로 없어요. 그리고 오페라는 한 사람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예요. 내가 틀리면 다른 사람들도 같이 틀려요. 아무리 완벽해도 틀리는 게 많잖아요. 주역이 아닐 때는 주연들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제가 잘해야 오페라가 산다고 생각해요. 한편, 오페라 '카르멘'처럼 주역을 맡을 때는 내가 우뚝 서서 잘 이끌어나가야지 이 오페라가 산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노력한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고 폐가 되지 않게 해야죠. 오페라 '베르테르'는 제가 이 오페라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가야하기 때문에 다른 작품과는 많이 달라요. 나비부인에서 스즈끼는 나비가 더 빛나게 그 소리를 받쳐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공연을 했다면 이번 작품은 내가 잘해야 오페라가 산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그게 지금의 메조소프라노의 삶이라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오페라 '베르테르'라는 작품 안에 워낙 성탄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와서 크리스마스 즈음에 올려주면 더 남다를 것 같아요. 하지만 세기에 한번 공연이 있을까 말까 하는 쥘 마스네의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전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메조소프라노에 대한 관념이나 개념이 '예쁘고 아름답고 단정한 여성상'으로 봐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그리고 베르테르 효과가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웃음). 그리고 이 작품은 소설을 읽지 않아도 소설 한 권을 깨우쳐가는 기회가 될 수 있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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