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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대기자의 '애국 칼럼' 감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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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대기자의 '애국 칼럼' 감상법

[김종배의 it] 보수는 왜 '민중의례'를 꺼리는가

읽고 또 읽었다. 문창극 '중앙일보' 대기자의 칼럼을 밑줄 쳐가며 정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그랬다. "나는 한 발 더 나아가(겠다)"고 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국민의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희망과 대안' 창립식에 난입해 소동을 벌인 걸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에 입각해 비판한 보수 신문의 사설에 대해 "옳은 지적"이라고 평한 뒤에 '한 발 더' 내디뎠다.

뭔가 대단한 논리를 내놓는가 싶었다. '대기자'라는 직함에 걸맞게 장삼이사는 감히 생각지 못할 논리와 가치를 제시하는 줄 알았다. 헌데 아니었다. 그가 "한 발 더 나아가" 내놓은 건 반공 이데올로기였다. "애국이란 단어에 태생적인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진보주의 면모를 부각시키고, 자기 나라보다 노동계급을 중요시한 공산주의를 환기시키면서 국민의례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다른 사회를 꿈꾸고 있었다"고 했다.

말하지 않으련다.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소리를 낸 게 아니라 '한 발 더 물러서' 낡은 소리를 낸 것으로 보이지만 말하지 않으련다. 그가 "옳은 지적"이라고 평가한 '중앙일보'의 사설에 이런 구절이 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대신 다른 걸 짚으련다. 대기자의 칼럼에 깔려있는 자가당착적 요소다.
ⓒ중앙일보

문창극 대기자가 말했다. 유신시절에는 애국심이 독재정권의 강화에 이용되었다고, 그래서 반발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했다. "요즘 애국가가 울려 나오고 태극기가 펄럭이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자신의 이런 감정(또는 양심)을 술회하면서 "한 발 더 나아가" 말했다. "진보를 하든 보수를 하든 대한민국 안에서 해야 한다"고, "그것은 우리의 고난의 역사, 굴곡의 역사를 다 인정하는 동시에 지금 누리는 민주와 번영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문창극 대기자의 칼럼에 대해 자가당착이라고 평하는 첫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가 문제 삼는 민중의례는 기실 다른 게 아니다. 애국가 대신 합창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의 총탄에 쓰러진 윤상원 열사를 기리는 노래다. 민주열사에 대해 묵념하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문창극 대기자의 감정을 '반발'에서 '눈물'로 변하도록 밑돌을 놓은 사람들을 기리는 행위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누리는 민주(와 번영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행위다. 왜 이걸 문제 삼는가. 왜 이걸 '애국'의 맞은편에, 반대가치로 설정하는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문창극 대기자가 지적했다. "우리는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국가"라면서 "국기에 대해 경례를 하든 않든, 애국가를 부르든 않든 그것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자유민주주의의 강점은 국민의례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핍박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했다.

구구절절 옳은 지적이다. 그래서 되묻는다. 그런데 왜 힐난하지 않는가. 행정안전부가 민중의례를 금지해 "개인의 선택"을 침범했는데 왜 비판하지 않는가. 국민의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무원 노조 간부들을 징계하는데 왜 문제 삼지 않는가.

괜히 따라왔다. 그가 디딘 발걸음을 좇았더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황량하다. 논리가 높이뛰기를 하고 주장이 불규칙운동을 하는, 혼돈의 땅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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