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캐릭터in] 천개의 불안과 하나의 희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캐릭터in] 천개의 불안과 하나의 희망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

[공연리뷰&프리뷰] 뮤지컬 '더 매지션스(The Magicians)'의 자은

영화 '시티라이트'에서 찰리 채플린은 돈을 벌기 위해 권투시합을 한다. 단연 압권이라 할 만한 그 신은 연민의 눈물을 웃음으로 바꿨다. 그러나 한참을 웃어도 짭짜름한 그 끝 맛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는 누구를 위해 팔을 휘두르는가. 그의 권투시합을 보며 차마 웃지 못하는 이가 있다. 상처. 어두움. 죽음. 검은 것들이 단단하게 뭉쳐 하나의 형체를 이룬다. 여기 자은은 영화 '시티라이트'를 보고 또 본다. '막 눈물이 나는' 그 장면을 잊지 못한다. 현실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그녀가 팔을 휘두르며 세상에게 묻는다. 내가 창피하냐고, 내가 부끄럽냐고.

▲ ⓒ프레시안

마법사밴드의 자은은 새끼손가락이 짧은 기타리스트다. 잘 적응하고 싶어도 모자란 새끼손가락만큼 조금씩 어긋난다. 세상에 불시착한 듯한 불화로 연인 재성과 다투고 세상과 다툰다. 자신과 함께 영화 '시티라이트'를 볼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그녀는 쓸쓸하게 홀로 낙하한다. 그녀 뒤에 남은 이들은 12월의 마지막 날, 사과를 먹지 못하는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재성의 카페에 모이게 된다.

공연 내내 친구들 주위를 맴돌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자은은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하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그 미소를 볼 수는 없지만 마법사밴드는 자은이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찬란했던 그 시절에게 용서를 빈다.

송일곤 감독의 영화를 무대화 한 뮤지컬 '더 매지션스(The Magicians)'의 자은은 조금 더 적극적이다. 그 속을 알 수 없었던 영화 속 인물과 달리 뮤지컬 속 자은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다. 더불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라고 말한다. 그녀가 이름 지어준 숲 실비아는 아직도 숲을 배회하는 자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흰 눈으로 덮인 날, 자은이 외면했던 빨간 사과를 기억할 것이다. 재성과 자은이 함께 찍은 사진의 배경이 됐던 숲 실비아, 실비아는 마법사밴드가 부르는 노래 바람에 맞춰 춤을 춘다. 우리는 실비아가 만드는 바람이 부는 만큼 자은을 기억할 것이다. 자은과 함께 '천개의 불안, 하나의 희망'을 읊조리면서.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