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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외고 폐지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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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외고 폐지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

[분석] '외고 장사' 놓칠 수 없는 언론의 조바심

최근 국정 감사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이 정면으로 '외국어고 폐지'를 외치면서 '외고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 23일 국정 감사는 끝났지만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외고→특성화고 전환'을 골자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논란은 혼탁하다.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외고 전환에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보수 언론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외고 개혁'은 높은 벽에 부딪힌 것이 분명해 보인다.

<조선일보>는 지난 20일 사설에서 "더 많은 외고를 만들고 빈곤층 자녀 기회 크게 늘려주라"고 주장한 데 이어 외고 연속 기사 첫 꼭지에서도 "진짜 개혁할 대상은 겉모습만의 '가짜 평준화'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가짜 평준화' 속에서 외고는 교육 수요에 따라 불가피하게 생겨난 존재라는 논리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무조건 외고를 없애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의 접근은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보지 못하면서 수월성(秀越性) 교육만 망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범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홍찬식 논설위원은 외고가 '명문대 진학을 위한 학교'가 돼버렸다고 인정하면서도 "학부모의 욕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정치권이 외고를 어떤 형태로 바꾸더라도 사교육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외고의 입시 방식을 사교육 수요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개선하는 것이 양쪽을 아우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언론이 이렇게 외고 전환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이 나라 학생과 학부모, 나아가 교육의 백년대계를 생각해서일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고 대비 국내 최대 모의고사, 조선일보 '맛공 모의고사'

"학원에서 '맛공' 모의고사 봤어요."

이것은 특목고 정보를 교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제목이다. 무슨 말일까? 여기서 맛공은 '맛있는 공부'의 줄임말이다. '맛있는 공부'란 조선일보에서 운영하는 교육사업체 및 교육섹션 이름이다.

'맛있는 공부' 회사 소개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교육의 모든 것'을 지향하는 (주)조선일보교육미디어는 사교육 홍수 속에서 대한민국의 학부모, 학생들에게 올바를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실용적이고 검증된 '교육 정보' 제공을 제1의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와 (주)조선일보교육미디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외고 및 자사고 합격 여부를 가늠하는 업계 최고의 대회인 '외고/자사고입학대비 실전모의평가'와 (…)."

이 소개처럼 조선일보교육미디어와 조선일보는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10회에 걸쳐 '외국어고 자사고 입학대비 실전 모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소위 '맛공 모의고사'가 바로 이것이다.

▲ 조선일보교육미디어와 조선일보는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10회에 걸쳐 '외국어고 자사고 입학대비 실전 모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

모의고사에는 40개가 넘는 입시학원 및 영어학원이 참여해 접수와 시험 장소를 협찬하고 있으며, 응시료는 2만5000원이다. 홈페이지 소갯말에는 "회당 1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 최고 권위의 대회"라고 적혀 있다.

모의고사 시험 문제에는 외고 입학 시험에 대비해 영어 듣기 평가는 물론 영어 독해, 언어, 수학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외고 입시를 대비하기 위해서 출제된 문제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이상으로 어렵다. 정상적인 중학교 과정만을 이수한 학생들이 풀기엔 불가능한 수준이다.

전국영어교사모임 이동현 사무국장은 조선일보 영어 모의고사 문항을 두고 "수능 유형의 듣기문항과 유사한 형태로서 쓰인 어휘와 문항의 난이도는 수능 문항과 유사 혹은 그 이상으로 어렵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동현 국장은 "문제는 이러한 내용을 학생들이 교과서를 통해 도달할 수 있냐는 것인데 비록 수준별 수업을 학교 현장에서 해도 일반적인 교과 과정에서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목고를 위한 입시 경쟁은 단지 교육 과정의 붕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학생들이 배워야할 다양한 가치를 시험 준비라는 과정에서 소멸시킨다"고 덧붙였다.

모의고사 뿐만 아니라 외고에 대비한 온라인 강의도 진행한다. '언론사 최초 교육포털'이라는 부제가 붙은 조선일보의 '맛있는 교육' 사이트에는 사교육업체인 에듀원과 정상에듀에서 진행하는 특목고 대비 유료 강좌가 개설돼 있다.

▲ 모의고사 시험 문제에는 외고 입학 시험에 대비해 영어 듣기 평가는 물론 영어 독해, 언어, 수학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외고 입시를 대비하기 위해서 출제된 문제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이상으로 어렵다. ⓒ프레시안

교육 섹션 통한 '광고' 모자라 '사교육 서비스' 나선 신문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역시 마찬가지다. 동아일보는 지난 12일 동아일보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와 디유넷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교육포털사이트 '이지스터디'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에는 동아일보의 교육 관련 기사를 비롯해 '고입 및 대입 관련 분석 자료, 명문대생의 공부법 등이 올라온다. 또 영재학교, 특목고, 경시대회, 논술 등의 동영상 강의도가 유료로 제공된다.

중앙일보도 자사 홈페이지에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강좌를 서비스하고 있다. 여기에는 특히 '특목고 특강'이 개설돼 있으며 '외고 대비 파이널'로 구술과 면접시험에 대비하는 유료 강좌를 마련해놓고 있다.

이들 신문이 일주일에 한 번씩 발행하는 요일별 섹션에는 '교육'이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조선일보는 '맛있는 공부', 동아일보는 '신나는 공부', 중앙일보는 '열려라 공부'라는 제목으로 교육 특집면을 발행한다. 지면에는 이른바 '명문대', '명문고' 입학에 성공한 학생과 학부모의 수기와 인터뷰, 입시전략과 사교육 동향이 빠지지 않는다.

이런 섹션을 발행하는 이유가 사교육업체, 사립대 등에서 끌어오는 광고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는 건 이미 언론계 안팎에서는 정설이다. 세 신문사가 일제히 자회사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교육 사업에 뛰어든 것은 '사교육 시장'을 통해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정두언 의원을 비롯해 외고 전환을 주장하는 국회의원과 정부가 진짜 사교육과의 전쟁을 벌이고 싶다면, 조·중·동과의 정면 대응부터 선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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