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09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등에 대한 정보공개'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2년 연속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규모 5조 원 이상) 26개 재벌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4월 1일 현재 4.17%로 작년보다 0.07%포인트 하락했다.
총수 지분율은 1.74%에서 1.73%로, 친족 지분율은 2.5%에서 2.44%로 줄어들었다.
반면 계열사와 비영리법인, 임원 지분을 합산한 그룹 내부지분율은 52.57%를 기록, 작년(50.78%)보다 1.78%포인트 증가했다. 그룹에 대한 총수의 직접 지배권은 줄어들면서도 계열사 등을 동원한 지배력은 더욱 높아짐에 따라 그만큼 지배구조 투명성이 떨어진 셈이다.
▲최태원 SK 회장의 보유지분은 0.1%도 되지 않지만, 그룹 전체의 주인이다. ⓒ뉴시스 |
최태원 SK회장, 보유지분은 0.09%에 불과
총수 지분율이 가장 낮은 곳은 SK로, 최태원 회장은 불과 0.09%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했다. 총수일가를 합쳐도 보유지분율은 불과 0.87%에 불과했다. 이는 각각 지난해 0.27%, 1.17%보다 하락한 수치다.
이건희 전 회장은 0.57%의 그룹지분을 갖고 그룹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졌다. 이 전 회장 일가의 보유지분은 1.07%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가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 역시 보유한 그룹 지분은 1.81%, 2.15%에 불과했다.
이처럼 총수일가의 보유지분이 낮은 대신, 내부지분율은 더욱 높아졌다. 10대 그룹 중 롯데(55.94%→55.70%)를 제외한 모든 그룹 내부지분율이 작년보다 늘어났다. 재계순위 1위인 삼성그룹 내부지분율은 44.51%에서 46.02%로 1.51%포인트 증가했다. 현대자동차(46.87%), SK(53.71%), LG(40.29%) 역시 작년보다 각각 0.38%P, 1.26%P, 4.51%P씩 증가했다.
한편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기업집단은 오씨아이로 총수가 25.41%의 지분을 보유했다. GS와 KCC의 총수 보유지분도 각각 18.95%, 18.77%로 비교적 높았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집단은 신세계로 작년 3.72%에서 올해 12.87%로 9.15%포인트 늘어났다. 공정위는 그 사유로 "신세계가 100% 출자한 신세계마트 합병에 따라 전체 자본금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가장 큰 폭의 총수일가 지분 감소가 일어난 곳은 KCC였으며, 감소폭은 10.64%포인트였다.
▲ ⓒ프레시안 |
환상형 출자회사 12개사
LG 등 지주회사체제 11개 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3.24%로, 그렇지 않은 일반 기업집단 20개(52.86%)보다 약간 높았다. 동일인·친족 지분이 일반집단(4.10%)보다 다소 높은 5.16%인 것으로 나타나 총수일가의 직접 지배주식이 일반 기업집단보다 많았다.
계열사간 출자가 환상형으로 이뤄진 기업집단은 삼성그룹 등 총 12개였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집단 중 유예기간인 SK, 웅진을 제외한 9개 기업집단에서는 환상형 출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환상형 출자란 그룹 계열사간 지분구조가 A→B→C→A 등으로 이뤄져 지배구조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이어지는 형태를 뜻한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 삼성카드, 삼성SDI→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진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 형태며, SK그룹은 SK C&C→SK→SK네트웍스, SK텔레콤→SK C&C로 이어진다.
한화그룹은 한화증권이 보유한 ㈜한화 지분을 올해 2월 매각해, 환상형 출자구조를 해소했다. 코오롱그룹은 코오롱패션머티리얼 등이 보유한 FnC코오롱 지분을 지난해 8월 매각해 환상형 출자를 해소했다.
금융계열사 보유는 재벌의 '필수'?
대다수 재벌그룹은 금융계열사를 이용해 그룹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개 기업집단이 총 78개의 금융보험사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계열사를 가장 많이 거느린 곳은 한국투자금융으로 계열사 수는 12개에 달했다.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동부그룹도 각각 10개, 9개, 7개의 금융계열사를 보유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에서는 지난 1년 간 6개 기업집단이 금융계열사 9개를 늘렸고, 2개 기업집단은 3개를 줄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HMC투자증권을,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과 하이자산운용을 계열편입했다. 반면 CJ그룹은 CJ투자증권과 CJ자산운용을 각각 현대중공업그룹에 팔았다.
재벌그룹이 금융계열사를 늘림에 따라 금융사의 계열사 출자금은 총 2조2718억 원에 달했으며, 출자 계열사에 대한 금융사 평균 보유지분율은 17.40%였다. 재벌그룹이 내부지분율 강화를 통한 지배구조 강화 수단으로 금융계열사를 이용하는 셈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4%를 갖고 있으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6.55%를 보유했다. 이들 지분은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동부건설 지분 11.9%를 보유했고, 현대증권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4.99%를 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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