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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유가, 다시 한국경제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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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유가, 다시 한국경제 복병?

달러약세로 원화강세-유가상승…수출기업 채산성 악화

올해 상반기 중 171.5조 원의 재정을 푸는 등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정책 덕분에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것 같았던 한국경제가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지난 3월2일 157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6개월 만에 1100원 대로 내려왔다.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는 21일 배럴당 81.37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과 유가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매우 중요한 변수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원화강세와 유가 상승의 '뿌리'는 같다. 미국 달러화 약세다. 달러화 약세가 쉽사리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환율과 유가 문제는 정부의 재정정책 덕분에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던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화강세, 당분간 지속될 것"

▲ 달러약세로 당분간 원화강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고환율로 큰 이익을 보던 수출대기업에겐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는 셈이다. ⓒ뉴시스
지난해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올해 1사분기까지 한국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 중 하나가 환율이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90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이 조금씩 오르다가 리먼 파산을 기준으로 수직상승해 1500원선을 3차례나 뚫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에 유입됐던 외국자본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원-달러 환율도 내려왔다. 지난달 23일 1194원으로 1200원선이 붕괴되면서 11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환율이 내려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가라앉으면서 전세계적으로 약달러 현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안전통화 선호로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강달러'가 일시적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달러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경제위기로 미국의 쌍둥이 적자(무역적자, 재정적자) 문제는 더 심화되고 있고, 상대적 저금리와 고물가 등이 달러화 약세를 지속시키는 요인이다. 또 경제위기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축통화' 논의도 달러의 신인도를 끌어내리는 배경이다.

따라서 원화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1일 삼성경제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달러화 공급위주의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같이 예상했다. 정 연구원은 또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폭 저평가된 원화가치가 향후 균형수준으로 수렵할 전망"이라면서 "원화가 달러화 뿐만 아니라 엔, 유로 등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 축소와 외국인 자금 유입 둔화로 2010년 원화 환율 하락세는 최근의 급락세에 비해 완만할 것으로 예측했다.

900원대도 버텼는데 1100원대가 부담스러운 이유는?

문제는 원화강세가 한국경제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이 900원대까지 내려갔던 지난 2005-2007년 원화강세기와 비교할 때 현재 한국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달라졌다.

노무현 정부 후반기였던 당시에는 세계경제가 호황기였는데, 지금은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져있다. 향후 2-3년간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노무현 정부 후반기에는 내수 경기가 이렇게 나쁘진 않았다. 지금은 소득감소, 높은 가계부채 등으로 내수도 꽁꽁 얼어붙어 있다.

정 연구원은 실물경제의 대외의존도가 과거에 비해 더 커졌다는 점도 환율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증대시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08년 국내총생산 대비 대외부문(수입+수출) 비율은 90.5%로 2005-2007년의 60%대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정 연구원은 "한국경제는 현재에도 높은 가계부채, 높은 자산가격, 재정수지 적자문제, 초저금리 상황에 있다"며 "국내 추가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수단은 제한된 상황에서 원화 강세까지 가세할 경우 국내경제의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유가, 달러 약세로 투기 수요 가세…90달러까지도 예상해야"

지난 2분기까지 원화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등으로 호조를 보였던 수출기업에 원화강세는 큰 악재다. 여기에 국제유가의 급등까지 겹치면 기업의 채산성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21일 두바이유 현물은 배럴당 75.80달러,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81.37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 전체 수입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60% 안팎이다. 그만큼 원자재 가격의 등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소비는 0.1%-0.2%, 투자는 1.0%, GDP는 0.2%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정부는 거시경제전망을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잡았다. 국제유가가 80달러 이상이 되면 거시경제전망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10년 예산안에서 국제유가 베이스를 배럴당 63달러를 기초로 잡았다. 가뜩이나 악화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2일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 대해 "원래 유가는 경기회복 기대감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엔 달러 약세로 인한 투기수요가 가세하고 있다"면서 "배럴당 90달러까지 예상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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