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구신은 신라국의 바다에 사는 개의 외부 성기다. 해구는 밤낮 해저에 들어가 있으며 번식기에만 섬에 올라 새끼를 낳는다. 새끼가 조금 자라면 다시 새끼와 물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좀처럼 포획이 어렵다. 엄동설한에 날씨 좋은 날, 해구가 무리를 지어 바위 위에서 햇볕에 몸을 쬐므로 그 때 잠든 틈을 타서 허리를 두드려 잡는다."
<해동석사>에도 똑같은 언급이 나온다.
"신라 해구신은 강원도 평해군에서 나는데 아주 귀하여 구하기 어렵다."
<조선왕조실록>의 세종 편에도 강원도에서 나는 약물 중에 해구신이 기록된 것을 보면 동해에서 해구가 많이 잡힌 것은 사실이었다. 단, 세 책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듯이 해구신은 아주 귀했다. <선덕여왕>에 나오는 것처럼 장터에서 해구신을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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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오늘날까지 이어져내려오는 정력과 관련된 속설은 대개 신라 의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법사방>, <신라법사비밀방> 들이 바로 문제의 책이다. '비밀방'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방중술의 비법을 적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책은 전해지지 않고 내용만 일부 전해진다. 특히 일본인 단파가 쓴 <의심방>이라는 책에 그 기록이 남아 있다.
신라 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정력제 중에서 해구신 외에 또 유명한 것이 노봉방이다. 노봉방은 말벌집이다. 8월 중순에 채취해 말려서 성기에 바르면 비아그라만큼 효과가 있다는 설이 신라 시대 때 널리 퍼졌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그렇다면 노봉방이 과연 그런 효과가 있을까?
노봉방은 치통이나 종기에 외용으로 쓰이는 약재다. 외용약으로 쓸 때는 달인 물로 씻거나 가루내서 기초제에 개어 바른다.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사전>을 보면, 하루 3~10그램을 물로 달여서 혹은 볶아서 먹는 방법도 나온다. 외용약이든 복용약이든 노봉방의 독성을 완화하는 방법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노봉방을 성기에 발랐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해구신, 노봉방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보신 문화는 독특한 데가 있다. 한국은 물론 인근 국가의 뱀, 코브라, 곰쓸개가 씨가 마를 정도니…. 최근에는 비아그라를 염두에 두고 중국산 비아그라까지 횡행할 정도다. 삼척 지방에서 물개가 자취를 감춘 것도 이런 전통의 보신 문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가끔 한의원으로 해구신을 들고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달라는 요청이 있다. 대부분이 사슴 생식기나 소의 힘줄을 급조해 만든 가짜다. 예전에도 가짜가 많이 성행한 듯하다. <선덕여왕>에서 고도가 먹었던 해구신도 틀림없이 가짜였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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