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후보간 우열이 뚜렷한 강원 강릉을 제외한 네 선거구의 판세를 보면 단일화 여부에 따라 당락이 갈린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간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결국 친여, 친야 무소속 또는 진보정당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진다.
헌데 미덥지가 못하다.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재보선의 경우 일반 유권자의 단순 지지도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4.29재보선에서 그랬다. 인천 부평을의 경우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지만 막상 투표함을 개봉하니까 민주당 후보가 이겼다.
분석해야 할 결과는 일반 유권자의 단순 지지도가 아니라 적극 투표층(투표 확실층)의 지지 성향이다. 투표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이들의 의사를 먼저, 중점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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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조사가 있다. '폴리뉴스'가 여론조사기관인 '모노리서치'와 공동으로 지난 15일 실시한 여론조사다.
수원 장안의 경우 일반 여론조사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온 이찬열 민주당 후보가 '투표확실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박찬숙 한나라당 후보를 7.8%포인트(각각 45.3%와 37.5%)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안동섭 민노당 후보의 지지율은 8.7%.
안산 상록을도 마찬가지. 투표확실층만의 응답을 추린 결과 일반 여론조사에서 불안한 1등을 달리는 김영환 민주당 후보가 지지율 41.7%를 기록, 25.1%와 23.5%의 지지율을 보이는 송진섭 한나라당 후보와 임종인 무소속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않아도 한 번 해볼 만한 판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진보정당에 아쉬운 소리를 안 해도, 행여 진보정당 후보에 자리를 내주지 않아도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계산할 여지가 부여된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우는 정반대다. 민주당과는 달리 후보 단일화가 절실하다.
충북 진천·증평·괴산·음성의 경우 일반 유권자의 단순 지지도와는 달리 투표확실층의 지지율 격차가 크다. 정범구 민주당 후보 38.9%, 경대수 한나라당 후보 24.8%, 김경회 무소속 후보 21.6%다. 한나라당 후보가 친여 무소속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어야만 민주당 후보를 제칠 수 있는 상황이다.
경남 양산도 유사한 경우다. 박희태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34.1%, 송인배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27.7%로 나왔다. 한나라당으로선 지지율 16.6%를 기록하고 있는 김양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가 절실하다. 이래야만 송인배 민주당 후보와 박승흡 민노당 후보의 지지율 합계 35.1%를 넘어설 수 있다.
흘러가는 판이 이렇다. 후보 단일화, 나아가 통합과 연대만이 살 길로 여겨졌던 야권, 특히 민주당은 의외로 느긋한 입장이고,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 상승 추세에 자신만만해 하던 한나라당은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흥미로운 관전거리다. 민주당이 지금의 추세에 고무돼 후보 단일화 움직임에서 발을 빼는지, 한나라당이 지금의 추세에 위기감을 느껴 후보 단일화에 박차를 가하는지에 따라 이후가 달라진다. 10.28재보선 결과만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정치권 판도 자체가 달라진다. 야권에서는 통합과 연대의 방법과 추동력이 달라지고, 여권에서는 고질병인 공천갈등과 계파싸움의 양상이 달라진다. 내년 지방선거, 나아가 2012년 총선과 대선에 임하는 여야의 자세와 전략이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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