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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장관, 이준구 교수가 무식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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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윤증현 장관, 이준구 교수가 무식한 사람인가?"

['친서민'이라면 '부자증세'를①] 재정적자를 낳은 '감세 거짓말'

이번 경제부처 국정감사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은 '재정건전성' 문제였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 및 재정지출 정책으로 재정적자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논란이었다. 균형재정을 유지해왔던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보수정권이 집권한 가운데 이런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경제위기'라는 큰 변수가 있었지만, 그 이전부터 이명박 정부의 재정정책은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문제는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 중 하나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매우 방대하고 전문적이기도 하다. 재정정책이 한국에서 큰 사회정치적 이슈로 떠오르지 못했던 배경에는 이런 문제들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재정적자가 급증하면서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될 문제가 됐다. 현 정부가 재정과 조세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으로 '부자 증세'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놓고 대안을 고민해봤다. 편집자

지난 12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을 '부자감세'라고 얘기하는 분들은 무식하거나 대낮에 선글라스는 낀 것"이라는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의 발언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선글라스는 모르겠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잘 들어주길 바란다"고 동조하고 나선 것. 그러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고 민주당 오제세 의원도 "장관이 어떻게 여당 의원 발언에 동조할 수 있냐"고 비난했다.

윤 장관이 결국 "실언"이라고 사과하면서 이날 국감장의 소란은 끝을 맺었다. 하지만 "'부자감세'를 주장하는 사람은 무식하다"는 정부와 여당의 인식이 변한 것은 아니다. 이들 말대로 '부자감세'는 무식한 주장인가?

대표적인 '부자감세' 비판론자, 서울대 이준구 교수

▲ 이준구 교수 ⓒ강희갑 (이준구 교수 블로그)
이 말이 맞다면 한국의 대표적인 재정학자 중 하나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무식하거나 대낮에 선글라스 낀" 사람이다. 이 교수는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현 정부의 감세정책이 '부자감세'라고 누차 지적해왔다.

이 교수는 자신의 책 <쿠오바디스 한국경제>(푸른 숲 펴냄)에서 "이번 감세정책은 부자들만을 위한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정부는 중하위 소득계층에도 감세의 혜택이 돌아간다고 강변하지만 그 크기는 고작 떡고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2006년에 상속세를 한푼이라도 낸 사람은 0.7%에 불과한데, 감세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이 최상위 소득계층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부자들 잔치 뒤 설거지를 왜 서민이?'라는 글에서도 "애당초 내가 감세를 반대했던 이유는 결국 중, 저소득층이 그 부담을 안게 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부자에게 베풀어진 감세 혜택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만나로 충당될 리 없다. 누군가는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그렇다면 그것은 중, 저소득층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양극화가 심해지는 판에 잘못된 조세정책으로 인해 불난 데 부채질을 해단 격이 됐다. 이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망각한 탓에 이런 불상사가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MB정부 기준엔 대한민국 1%도 중산층?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의 감세정책이 '부자감세'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소득세 인하와 관련해 과표 8800만 원을 '중산서민층'으로 잡고 소득세 인하의 효과가 결코 부유층에 집중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감세로 인한 세액경감율이 저소득층이 더 많다고 강조한다. 감세로 인한 하위 10%의 세액경감율은 26.4%, 상위 10%의 소득경감율은 14.8%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감세가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고소득층의 소비를 자극해 결과적으로 그 혜택이 저소득층에도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대규모 감세를 강행하면서 정부는 높은 조세부담률이 양극화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정부의 주장은 눈속임이거나 거짓말이다. 첫째, 정부가 중산서민층으로 분류한 과표 8800만 원은 세전 연봉이 1억2000만 원 정도 된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에 따르면, 과표 8800만 원 이상은 7만582명으로 전체 근로소득자의 0.5%에 불과하다. 이 기준에 따르면 대한민국 소득 상위 0.5-1%도 중산서민층이라는 얘기다.

둘째, 세액경감율을 비교해 저소득층에 감세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간다는 주장도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세액경감율이 아닌 감세액으로 따지는 게 맞기 때문이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소득세 감세로 1분위(하위 10%)는 연간 1만1000원이 혜택을 보지만 10분위(상위 10%)는 114만9000원의 혜택을 본다.

이는 소득세만을 따져본 결과다.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등의 감세는 대다수의 중산서민층과는 아예 상관이 없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감행한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부세, 양도소득세의 감세혜택을 계산한 결과, 상위 10% 부유층들이 2010년 5대 세목의 감세총액 16조2230억 원 중에서 72.5%인 11조7617억 원을 차지했다. 한 가구당 연간 735만 원의 감세혜택을 받는 셈이다.

조세부담률 낮은 홍콩·싱가포르, 빈부격차 세계 1-2위

종부세 완화가 '2대 숙원'이었던 대표적인 감세론자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는 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지난 10년 동안 조세부담률을 4-5% 가량 늘리면서 복지 예산을 늘려왔으나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며 높은 조세부담률이 양극화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했다. 강 특보의 주장은 2가지 측면에서 틀렸다.

우선 한국은 조세부담률이 높은 나라가 아니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조세·재정정책의 평가와 2010년 예산안의 문제점'이란 글에서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예외적으로 높았던 2007년과 비교해도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에 비해 5.9%p 낮다. 재정적자를 감안한 잠재적 조세부담률을 기준으로 하면 G-7 국가보다 7.6%p 낮다"고 지적했다. (이 글은 지난 13일 민생민주국민회의와 시민주권이 주최한 '2010년 예산안 대토론회' 발표문이다.)

황 교수는 또 미국, 일본이 한국보다 조세부담률이 낮다고 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17.0.3%), 미국(62.8%)의 높은 국가채무 수준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 재정적자를 감안한 잠재적 조세부담률로 따지면 한국이 미국과 일본보다 각각 5.6%p, 4.3%p 낮았다.

표. 조세부담률의 비교 (단위 : %)
구분한국 미국 일본 OECD평균
조세부담률

21.0 20.6 17.3 26.9
잠재적
조세부담률
20.625.6
(23.6)


24.3
(23.0)

28.2
(G-7국가 평균)
주 : 1) 한국은 '07년 기준, 외국은 '05년 기준
2) 잠재적 조세부담률 = (조세+재정적자)/경상GDP
3) ( ) 내는 순채무에 대한 이자지급을 제외할 경우의 잠재적 조세부담률


황 교수는 사회주의적 요소가 잔존하고 공공인프라가 열악한 중국(조세부담률 16.8%), 도시국가인 홍콩(12.7%), 싱가포르(13.0%)와 한국의 조세부담률을 바로 비교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 조세부담률과 양극화(빈부격차)가 비례한다는 주장도 거짓말이다. UNDP가 지니계수(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로 0-1 사이의 숫자로 표시하며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불평등이 심하다)를 포함한 여러 요소들에 기반해 소득불평등 순위를 매긴 결과, 홍콩이 세계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였다고 <비즈니스위크>가 지난 15일 보도했다.

홍콩은 지니계수가 0.434였으며, 하위 10%가 전체 소득 및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한 반면 상위 10%의 비중은 34.9%에 달했다. 싱가포르가 지니계수 0.425로 빈부격차가 두 번째로 큰 나라이며, 미국, 이스라엘, 포르투칼 순으로 빈부격차가 컸다. 한국도 17위(지니계수 0.316)를 기록했다. 한국은 하위 10%가 전체 소득 및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이 22.5%로 차이가 매우 큰 편이었다.

강 특보 주장과 달리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 조세부담률이 낮은 국가는 빈부격차가 적은 게 아니라 오히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컸다.

감세정책이 기업 투자를 늘리고 부자들의 소비를 촉진한다는 주장 역시 입증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다. 아니 역사적으로 이미 입증이 끝난 '철 지난 레퍼토리'라는 게 상당수 학자들의 견해다.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감세의 경제적 효과는 80년대 레이거노믹스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던 '래퍼 곡선'에 따른 것이다. 이는 세율 인하가 경제를 활성화시켜 세원을 더 크게 만들기 때문에 세율을 내리면 조세수입이 오히려 늘어난다는 주장이었다.

이준구 교수는 <쿠오바디스 한국경제>에서 "레이거노믹스가 거품이었던 것이 드러남에 따라 래퍼곡선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다. 그리고 래퍼곡선이 기반을 두고 있는 이른바 공급중시 경제학에 대한 신뢰도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경제학 교과서 어느 것을 펴놓고 보아도 공급중시 경제학을 진지하게 다룬 사례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며 "흥미로운 것은 사망선고가 내려진 지 20년이 넘은 이 사이비 이론이 태평양 너머 한국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나는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 증가를 가져왔다는 믿을 만한 분석결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경제학계에서는 심지어 법인세의 성격이 과연 무엇이냐에 대해서조차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감 핫이슈, 재정적자…노무현 정부의 8.3배

'부자 감세' 논란의 중요성은 계층적 대립을 조장하거나 정치적 목적에 있는 게 아니다. 조세의 원래 기능이 소득재분배다. 조세공평주의의 원칙은 세법의 기본원칙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의 세제개편으로 특정 계층에 이익이 집중된다는 이는 조세공평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을 따져봐야할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재정적자 문제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균형재정을 강조해온 나라다. 97년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 거의 균형재정을 이뤄왔다. 이 때문에 국가재정을 둘러싼 사회정치적 공방은 다른 경제에 비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전통적으로 '작은 정부'와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온 한나라당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재정적자'가 매우 중요한 사회정치적 이슈가 됐다. 이번 국정감사의 핫이슈 중 하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2008년 세제개편안의 감세효과는 2008년 5.5조 원 감소, 2009년 12.4조 원 감소, 5년간 누적 효과는 90조 원 수준에 이른다. (이영환.신영임, 국회예산정책처 경제현안분석 제41호)

표. 2008년 세제개편안 세수감소 효과 (단위 : 조원)

2008200920102011 2012 합계
전년
대비방식

5.510.513.33.80.433.5
기준년
대비방식

5.512.423.224.624.490.2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국가재정 운영의 문제점과 진보적 대안재정전략'에서 "2008년 감세조치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것은 2010년부터"라면서 "2010년 이후 매년 약 24조 원씩 계속 세수가 감소한다면 이는 GDP의 2%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국채 발행으로 메운다면 매년 2% 국가채무가 누적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 글은 지난 7일 사회공공연구소 1주년 기념 토론회 발표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채무는 366.0 조 원, GDP 대비 35.6%로 증가했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에 GDP대비 국가채무는 30.7%였다. 황성현 교수는 "이명박 정부 2년간 재정적자의 대 GDP 비율은 평균 3.3%로 노무현 정부 5년간의 평균 0.4%의 8.3배에 이른다"며 "전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과 재정건전성 악화를 그토록 비판하고 집권한 한나라당 정권하에서 재정수지가 더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나라빚은 얼마…366조? 688조? 1439조?

이처럼 재정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이를 가늠하는 척도인 나라빚을 어떻게 규정할지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2009년 국가채무를 366조 원(GDP대비 35.6%)로 추산하고 있지만, 국회 예결위가 한국재정학회에 의뢰한 연구용역에 따른 정부부채는 688조4000억 원~1198조 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추정한 국가부채는 1439조 원에 이른다.

이처럼 국가채무에 대한 규모를 놓고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무엇을 부채로 보느냐'에 따른 것이다. 국가재정법에서 말하는 국가채무는 현금주의에 기초하여 정부가 직접적인 상환 의무를 부담하는 확정 채무만을 의미한다. 국가채무는 국가인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일부 기금만 재정 범위에 포함시킨다.

문제는 이같은 국가채무 개념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OECD 기준의 정부부채는 한국의 국가채무에 준정부기관의 부채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또 한국은 부채 중 일부분만 포함시키는 반면에 OECD 기준은 모든 금융부채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한국의 국가채무가 30%대로 OECD 국가 평균(GDP 대비 75.4%)에 비해 크게 낮아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거짓말이다. 한국도 OECD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미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540조2000억 원으로 GDP 대비 59.9%에 달한다고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지난 12일 재정부 국감에서 밝혔다. 김 의원이 기획재정부, KDI 등의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2008년말 OECD 기준 정부부채는 550조~880조원 수준으로 GDP대비 비율은 57.2~91.6%에 달했다. OECD기준 2010년 정부부채는 650조~990조원으로 GDP대비 62.4~95.2%에 이를 전망이다.

더 나아가 이한구 의원은 '사실상 국가부채'가 지난해 말 현재 1439조 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사실상 국가부채'는 국가직접부채와 보증채무, 4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 통화안정증권 잔액, 공기업 부채 등 공공부채 개념이다. 이 의원은 "한국의 국가부채 증가속도가 OECD 평균의 11.6배에 달한다"며 실질적인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채무 : 중앙행정기관+지자체, 국채+차입금+국고채무부담

정부부채 : 국가채무 + 준정부기관, 유동부채+고정부채 등

공공부채 : 정부부채 + 공기업, 연금 손실액, 정부보증채무, 민자사업 손실보전금, 한국은행 부채 등

4대강 등 세출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 이명박 정부 감세정책의 선봉장인 강만수 대통령 특보. ⓒ뉴시스
재정건전성은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해서 지금 당장 눈에 띄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무리하게 빚을 내서 소비를 할 경우 당장은 좋지만 빚을 갚아야할 때가 다가올수록 괴로운 것과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가 감세를 해서 세입을 줄이고 세출을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재정운용을 한다고 해도 현 정부 임기 내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부담은 전적으로 다음 정권, 미래세대 떠 넘기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 추진했던 청계천, 뉴타운 등이 오세훈 현 서울시장에게 적잖은 정치적,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재정건전성 차원에서 따지자면 물론 세출을 통제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3년간 최소 22조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4대강 사업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의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고쳐 재정지출을 검증하는 핵심제도인 예비타당성조사를 무력화시켰다. 이를 통해 4대강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었다.

지출 통제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작은 세입에 있다. 오건호 연구실장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재정 총지출 규모는 2009년 GDP의 33.8%다. 이는 OECD 국가 평균 44.8%에 비해 11%p(약 110조 원)가 작다. 복지국가의 모델이라 불리는 스웨덴(50.7%)에 비해 23.2%p 낮다.

재정수입이 작은 가운데서도 특히 소득재분배 효과를 갖는 총직접세(일반 직접세+사회보장기여금)의 비중이 작다는 점을 오 연구실장은 우리 국가재정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로 꼽았다. 2006년 기준 우리나라 총직접세 비중은 GDP의 17.1%로 OECD 평균 24.4%에 비해 7.3%p 작다. 오 실장은 "우리나라 국가 재정 부족분 110조 원의 2/3이 낮은 총직접세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법인세 비중은 GDP 대비 3.8%로 OECD 평균(3.9%)와 비숫한 수준이었으나, 소득세 비중은 GDP 대비 4.1%로 OECD 평균인 9.2%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작은 총직접세는 결국 소득재분배, 즉 빈부격차 완화 기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MB정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이런 구조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폈다. '작은 세입'이 근본적인 문제였던 한국의 재정구조에서 대규모 감세는 처음부터 시행해서는 안될 정책이었다.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까지 재정건전성을 걱정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진 현 상황에서 지난 1년간 반복돼 다소 지루하지만 '감세' 정책에 대한 논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의 국가재정을 안정화시키는 방안은 세입 확대에서 찾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사회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부자감세', 4대강 사업 등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상실했다는 점이다. 한때 정부가 부가가치세 증세를 검토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국민들이 크게 반발한 것도 이런 불신 때문이다. 부자들의 세금은 깎아주면서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를 올려 줄어든 세수를 채우려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핵심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친서민 중도실용주의'를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서민 정책이 우선 순위를 차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이 말을 입증하는 방법 중 하나가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는 쪽의 증세, 즉 '부자 증세'다. 당장 지난해 실시한 감세 정책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것부터 생각해볼 수 있다.

윤증현 장관과 강만수 대통령 특보는 '정책 일관성'을 거론하면서 예정된 추가 감세 등 감세정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대통령 경제특보자리를 만들면서 여기서 강만수 특보를 전격 임명한 것은 '감세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의 표명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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