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왕자호동'의 이야기는 이미 연극, 오페라, 무용 등 여러 장르를 통해 무대화 됐다. 국립발레단은 "늦은 발레의 도입으로 테크닉이 서양에 비해 뒤쳐져 있어 우리의 것을 서양에 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세계를 향하기 위해 제작된 이번 공연은 세계가 잘 이해할 수 있는 클래식한 움직임에 우리 문화적 요소들을 덧입혔다"고 밝혔다.
◎ 세계를 감동시킬 우리만의 비극
우리만의 문화적 텍스트에 바탕을 두고 있는 '왕자호동'은 극적인 구성을 이루고 있다. '왕자호동'은 국가, 전쟁, 사랑, 배신, 죽음, 윤회, 주술을 테마로 한다. 발레 '왕자호동'은 이와 같은 고전적 감성에 현대적 테크닉을 반영해 2막 12장의 화려하고 웅한 작품으로 탄생됐다. 국수호 연출가는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고 싶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문과 가문의 싸움이라면 '왕자호동'은 국가와 국가의 갈등이다. 권력을 놓고 사랑을 쫓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영혼의 에너지를 부여하고 싶었다"며 "돈을 쫓아가는 사랑, 흥미와 쾌락만을 쫓는 이 사회의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사랑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삶에서는 가치관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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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무대미술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만드는 신선희는 2006년 여성 최초로 국립중앙극장 극장장으로 임용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7,80년대를 미국에서 보내며 체득한 선진 무대 메커니즘을 한국에 들여와 무대미술의 정의조차 불명확했던 한국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디자이너 신선희가 20여 년간 약 62편의 예술작업에서 무대, 의상디자인, 극본 및 연출을 맡으며 쌓아온 예술적 전문성이 발레 '왕자호동'에서 꽃을 피울 예정이다.
발레 '왕자호동'의 디자인은 고구려의 벽화 '달님과 해님'에서 차용했다. 무대디자이너 신선희는 "우리의 신화에는 해와 달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결합해서 주몽을 낳았다. 그 이미지를 낙랑과 호동으로 표현했다. 고구려는 아주 진취적이고 문명을 추구하는, 남성적인 나라이기 때문에 불로 상징된다. 이를 위해 빨강, 주황 등을 중심으로 타오르는 이미지를 차용했다"고 말했다. 낙랑은 작고 여성적인 나라로 표현된다. 신선희는 "낙랑을 서해안으로 치우쳐있어 해안의 문화를 받아들인 여성적 나라로 보았다. 물과 연꽃을 중심으로 흰색, 분홍색, 은색, 회색 등을 사용해 고구려와의 대비를 이루도록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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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왕자호동'은 클래식발레의 전통을 보전하면서도 현대적인 극적 요소의 조합을 시도한다. 이번 공연의 안무를 맡은 문병남은 "의도적으로 한국적인 춤동작과 호흡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의 문화 환경에 익숙한 내가 어떤 장르를 작품화하더라도 나의 내면에 담겨있는 한국적인 정체성이 표현될 것이다. 그것은 구태여 한국적인 형식을 취하지 않더라고 충분히 한국적일 것이다"고 전했다.
문병남이 추구하는 발레는 '인간주의'다. 그는 "인가의 감정, 내면을 표현하는데 있어 역사적 인물들을 현실적으로 묘사해 내면을 폭발시키는 드라마 발레를 시도했다. 군무를 안무적 드라마의 구성원으로 여겼다. 이들은 단순히 무대 위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군무가 모두 주인공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들의 장점과 감정 표현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또한 문병남은 한국무용의 장점으로 불리는 폴드브라(팔동작)를 강조했다. 문병남은 "이 폴드브라와 한국인들의 장기를 잘 살려 안무하면 좋은 무브먼트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동작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전설로만 들었던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이야기는 오는 11월 18일 현실로 드러난다. 상상을 뛰어넘는 무대와 안무, 거기에 낭만주의 형식을 채용한 작곡가 조석연의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환상의 무대를 펼칠 발레 '왕자호동'은 11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국립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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