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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가서명…'발효'까지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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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가서명…'발효'까지 순항할까?

이탈리아 "거부권" 언급…EU자동차업계도 강력 반발


한-EU 자유무역협정(FTA)가 15일 양측 통상장관의 협정문 가서명으로 협상은 일단락됐으나 정식 발효까지 과정이 순조로울지는 아직 미지수다.

가서명 이후 발효에 이르기까지 '정식 서명'과 '의회 비준'의 수순이 남아 있다. 하지만 EU가 27개국의 연합체이므로 실무작업이 간단치 않다. 우선 EU집행위원회는 역내 24개 언어로 가서명한 협정문을 번역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각국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의 동의를 받아야 정식 서명이 가능하다. 10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협정문을 번역하는데 최소 3-4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2월께 정식 서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EU는 유럽의회의 비준동의만 구하면 되고 개별국가 의회의 비준은 필요 없다.

한국은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런 절차를 거쳐 내년 7월쯤 한-EU FTA가 발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15일 가서명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유럽 자동차업계가 회원국들에게 비준 거부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는 등 내부 반발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도 정부 차원에서 거부권 행사를 언급하고 나섰다. 큰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농ㆍ축산업계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탈리아 경제부 차관 "거부권 행사"…유럽자동차협회도 반대 성명

15일 가서명이 이뤄진 직후 아돌포 우르소 이탈리아 경제개발부 차관은 "우리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반대를 극복하는데 효용이 있는, 명쾌한 최종 협정문을 기다리고 있다"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명쾌한 최종 협정문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탈리아 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가 EU 이사회의 승인 과정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반발은 유럽 자동차업계의 불만과도 이어진다. 이탈리아는 페라리 등 자동차산업이 강세이기 때문이다. 유럽자동차회사협회(ACEA)는 15일(현지시간) 반대 성명을 냈다. 이들은 "한-EU FTA는 한국 자동차회사에게 값싼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환급을 허용, 부당한 이익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반 호다츠 ACEA 사무총장은 "EU 27개 회원국들에게 현재의 합의안에 대한 비준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시큰둥'

한편 관세 폐지로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국내 자동차업계도 의외로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식 서명과 의회 비준 등 아직 절차를 많이 남겨두고 있을 뿐 아니라 유럽 명차의 가격 인하, 유럽 소형 디젤 승용차의 진입 등 반대급부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또 갈수록 현지생산물량이 증가함에 따라 관세 폐지에 따른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계의 EU 판매량 가운데 국내 공장에서 공급하는 물량 비중은 지난 2002년 87.3%에서 지난해 56.4%로 크게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수출 관세가 완전히 철폐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2013년에는 이 비중이 40%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A에 따른 가격경쟁력이 증대되는 것은 부인 못 할 사실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유럽에 수출되는 완성차 대당 평균가격이 FTA 발효로 500유로(약 85만 원)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유럽의 수입차도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점. 현재 8% 정도인 관세율이 3년내 완전히 철폐될 경우 BMW, 벤츠의 1억 원대 대형 세단의 경우 1200만 원 정도 가격이 내려가게 된다. 또 푸조, 피아트 등 소형차 진입 장벽도 크게 낮아져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정부, 교역 연간 47억 달러 증가 기대하지만…경쟁력 우위 상품 '밀물' 우려도


지식경제부는 16일 한-EU FTA가 발효하면 양측 교역액이 연간 47억 달러 가량 늘어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보다 더 큰 경제권인 EU와 FTA를 맺었다는 사실에 정부는 한껏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한국은 FTA 발효 즉시 EU에서 수입하는 품목의 91%(자동차부품, 계측기, 직물제의류, 컬러TV, 냉장고, 선박, 타이어, 복사기 등)에 대해 관세를 없애야 한다. EU는 97%(자동차부품, 무선통신기기부품, 평판디스플레이어, 편직물, 냉장고, 에어컨 등)에 이를 적용해야 한다. 3년 후에는 한국은 배기량 1500㏄ 초과 승용차, 무선통신기기 부품, 의약품, 화장품에 대해, EU는 1500㏄ 초과 승용차, 타이어, 합성수지, 전자레인지에 대해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 한국은 순모직물, 건설 중장비, 밸브, 베어링 등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7년간의 철폐 유예기간을, 냉동 돼지 삼겹살에 대해서는 10년간의 철폐 유예기간을 인정받았다.

지경부는 완성차와 디지털 가전, 섬유, 석유화학 분야의 수출이 특히 늘어나는 반면 기계, 정밀화학 분야에서는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농산품과 법률·의료 등 서비스업에서는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EU FTA 발효에 따른 국내 농업생산 감소액이 해마다 늘어 15년차에는 최소 2369억 원, 최대 3060억 원에 이르고, 누계로는 2조 2000억∼2조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EU가 27개국에 이르는 만큼 경쟁력 우위 상품을 예상하기 힘들어 현재 관측보다 EU 제품의 국내 시장 잠식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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