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 산하 20개 공공기관을 보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1200명을 잘랐을 뿐 아니라 14개 기관에서는 신입사원을 한 명도 뽑지 않았다. 또 정부가 "취업 징검다리"라는 명분으로 시행하고 있는 청년인턴제도 청년실업 문제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공공기관에서 올해 채용된 1613명의 청년인턴 중 해당기관의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3명에 불과했다.
또 이명박 정부가 '제2의 금모으기 운동'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일자리 나누기(잡 쉐어링)'도 신입사원들의 대폭 임금삭감 이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개 기관의 대졸 신입사원 초임은 16.4% 삭감된데 비해 임원들의 보수는 5.8% 삭감됐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15일 국토해양위 국감에서 "경제 위기시에 고용창출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실업난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올해 채용된 신입사원 절반 이상이 수자원공사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집권 첫해부터 인원 감축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20개 공공기관 인원의 순감소는 08년 △893명, '09년 10월 현재 △312명이고 연말까지 순계로 386명이 추가 감소할 예정이다.
감원과 함께 신입사원도 뽑지 않았다. 20개 기관 중 14개 기관은 올해 신입사원을 한 명도 뽑지 않았으며, 나머지 6개 기관도 올해 167명을 채용하는데 그쳤다. 특히 신규 채용된 신입사원의 절반 이상인 90명이 한국수자원공사였다. 수자원공사는 연말까지 90명을 더 채용할 예정이다. 이 의원은 "정부가 경인운하와 4대강사업에 참여하는 수자원공사에게 경영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조치한데 기인한 게 아니냐"고 문제제기했다.
청년인턴은 '일시적 공공근로'?…중도탈락 22.1%
이 의원은 또 20개 공공기관에서 올해 채용된 청년인턴 총 1613명 중 정규직 채용으로 전환된 인원은 3명(대한지적공사 2명, 인천항만공사 1명)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들도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이 아니라 공개경쟁에 별도 응시해 채용된 사례였다.
이처럼 정규직 채용 보장이 되지 않으니 중도 탈락 비율이 높았다. 전체 인원의 22.1%에 해당하는 365명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사했다. 중도 퇴사 사유로는 △다른 곳에 취업 △단순 노무직 △저임금 △임시직 등을 꼽았다.
이 의원은 "이처럼 MB식 인턴제는 제도화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결함을 가진 제도로 인턴제라기보다는 '일시적 공공근로' 내지는 '직장체험'에 해당한다"며 "정부가 주장한 '취업징검다리'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채용은 안 하면서 신입사원 임금은 대폭 삭감
이처럼 신규채용은 거의 없으면서 신입사원의 임금은 큰 폭으로 삭감했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는 신입사원의 초임을 삭감해 인건비 부담을 낮춰 신규채용을 늘리는 '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내놓았다.
이 의원에 따르면, 20개 공공기관의 대졸초임 삭감률은 평균 16.4%나 됐다. 상대적으로 보수수준이 높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삭감률이 26.2%로 가장 높았고, 대졸초임이 가장 낮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삭감률이 7.2%로 가장 낮았다.
반면 올해 기관장과 임원의 연봉(성과급 제외) 삭감률은 평균 6.6%와 5.8%에 그쳤다. 특히,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은 지난해 5.9% 증액에 이어 올해도 4.7% 인상해, 올해 연봉이 1억956만 원으로 20개 기관장 중 가장 많았다. 이 의원은 "일자리 나누기 정책 성공의 핵심인 상하간의 고통분담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일자리 나누기 정책은 신입사원에게만 고통을 강요하면서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 20개 공공기관의 대졸초임 삭감율과 기관장 보수 삭감률. ⓒ이용섭 의원실 제공 |
정부, 내년 6월까지 청년인턴제 연장…지방선거용?
한편 정부는 올해 말까지 시행하려던 청년인턴제와 희망근로제를 내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김석민 총리실 사회통합정책실장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대책회의 브리핑에서 "정부는 희망근로 프로젝트, 청년인턴제 등 주요일자리 대책들을 금년 내 종료할 예정이었으나 고용사정이 내년 하반기에야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사업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희망근로제, 청년인턴제의 실효성과 각종 부작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을 놓고 야당 등에서는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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