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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2009] 멀티플랫폼 시대, 독립영화가 가야 할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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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2009] 멀티플랫폼 시대, 독립영화가 가야 할 길은?

[Film Festival] '멀티플랫폼 시장의 공공성을 묻다' 세미나 열려

부산영화제와 한국독립영화협회(한독협)가 개최한 독립영화 세미나가 '멀티플랫폼 시장의 공공성을 묻다'라는 주제로 13일 오후 5시에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렸다. 김명준 미디액트 소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장, 김지희 인디플러그 기술개발팀장, 그리고 허경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활동가가 차례로 발제를 맡았고, 영화진흥위원회 산업지원팀 김현정 과장과 씨네21i 김준범 이사, 윤성호 감독이 토론자로 나서 의견을 개진했다.

▲ '멀티플랫폼 시장의 공공성을 묻다'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 왼쪽부터 진행을 맡음 김명준 미디액트 소장, 허경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활동가, 김준범 씨네21i 이사, 윤성호 감독, 김현정 영화진흥위원회 산업지원팀 과장, 김지희 인디플러그 개발팀장,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장.ⓒ프레시안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맞아 다양한 매체들이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으로 떠오르며 신생사업이 확장되고 있는 지금,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데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독립영화 진영이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김동현 사무국장이 발제에서 지적했듯, 새로운 플랫폼들에게 독립영화는 매력적이고 신선한 콘텐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독협은 작년에도 부산영화제에서 '멀티플랫폼 시대의 독립영화'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더욱이 <워낭소리>와 <낮술>, <똥파리> 등이 기대 이상의 흥행을 하며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대중에 확장된 지금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멀티플랫폼 시장에서 독립영화가 가진 긍정적인 가능성을 조심스레 모색했던 것이 작년 세미나의 분위기였다면, 올해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분위기가 전개됐다. 특히 온라인 시장에서 이미 시도가 있었던 개별 작품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좀더 구체적으로 가능성을 검토하는 한편으로, 이 시장에서도 역시 독립영화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와 경쟁의 어려움을 새삼 확인하는 자리였다. 멀티플랫폼 시장에서 독립영화란 여타 다른 상업영화와 '완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만큼 인지도가 낮거나 시장 영향력이 적은 독립영화로서는 멀티플랫폼 시장이 마냥 새로운 블루칩으로만 여겨질 수는 없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세미나의 제목은 '공공성'이었지만 실제 논의는 공공성과 시장가능성 사이를 다소 혼란스럽게 오가며 '멀티플랫폼' 쪽에 더 방점이 찍히는 경향을 띄기도 했다. 이는 토론자로 나섰던 영진위 김현정 산업지원팀 과장이 지적한 대로, 아직 새로이 등장한 플랫폼들이 안정적이고 충분한 시장을 형성하지 못한 시장 초기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세미나는 먼저 1) 김동현 사무국장이 서울독립영화제(서독제)에 출품되는 작품수를 기준으로 독립영화 제작현황 및 개봉현황과 멀티플랫폼 시장 진출 현황에 대해 보고를 하고, 2) 새로이 독립영화 전문 디지털 신디케이터를 표방하며 설립돼 독립영화전문 배급사와 MOU를 체결한 회사인 인디플러그의 김지희 기술개발 팀장이 현재 시장에서 독립영화가 유통되는 상황을 보고하는 한편, 3) 허경 활동가가 공공성의 관점에서 공공적 인프라 구축과 지원 정책 필요성의 방식과 근거를 제안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후 영진위 김현정 과장과 씨네21i 김준범 이사, 그리고 윤성호 감독이 (토론보다는) 간략한 코멘트를 덧붙이는 정도로 세미나가 마무리됐다.

▲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서울독립영화제 김동현 사무국장.ⓒ프레시안
김동현 사무국장의 지적에 의하면 서독제에 출품되는 작품수는 근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09년에는 2004년에 비해 작품수만 2배에 이른다. 서독제에 출품되지 않은 다수의 독립영화들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독제가 국내 대표적인 독립영화제 중 하나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출품작 수로 제작현황을 가늠하는 데에 어느 정도의 기준을 제시해주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서독제에 접수된 작품 수는 단편 665편, 장편은 57편에 이르고, 장르도 극영화가 압도적으로 많기는 하지만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 애니메이션도 꾸준히 증가하며 일정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독립영화 제작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에 비해 정작 일반 극장에서 개봉된 영화는 2008년 기준으로 37편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8년 개봉한 한국영화의 총 편수가 119편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극장개봉작 중 독립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적은 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독립영화는 일반 상업영화에 비해 현저하게 저예산이다.

이러한 콘텐츠들이 합법 다운로드 서비스 이전에는 주로 네이버나 KT&G 상상마당, 영화제 혹은 한독협 측의 온라인 상영회 등을 통해 주로 무료로 소개된 반면, 합법 다운로드 서비스 이후에는 주로 극장개봉작을 중심으로 합법 다운로드 업체의 유료 과금서비스를 통해 제공되거나 IPTV 업체에 판권계약을 통해 소개됐다. 독립영화 제작자에게는 온라인 플랫폼이 새로운 수익 창구로 떠오른 셈이다. 그러나 김동현 사무국장은 온라인 시장에서 수익을 올린 영화들이 상대적으로 극장개봉 당시 마케팅 과정을 거친 영화들이라는 사실을 함께 지적했다. 독립영화의 온라인 시장 진출이 여전히 오프라인에서의 마케팅 과정 안에 놓일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영화 전문 디지털 신디케이터'를 표방하며 설립된 회사인 인디플러그의 역할이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워낭소리>의 제작자인 고영재 PD가 설립한 이 회사는 말하자면 콘텐츠를 패키징하거나 부가 서비스와 연결해 플랫폼 서비스 업체 위주가 아닌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 멀티플랫폼 시장에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변화하는 멀티플랫폼 시장에 나름의 '자본주의적 대응'을 하겠다는 시도인 셈이다. 부가판권 시장이 극소화된 현재, 새로운 수익창구로 떠오르고 있는 멀티플랫폼 시장에서, 일부 독립영화들은 오히려 극장상영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온라인을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에서 거둔 예도 있다. 그러나 인디플러그 김지희 팀장은 여전히 다양한 서비스 업체들이 독립영화를 '무료 콘텐츠'로 요구하고 있음을 들며 인지도에 비해 시장 영향력이 미약한 상황을 지적했다. 더욱이 신규 플랫폼을 위해 실험 콘텐츠로서 인식되고 소비되는 경향마저 있다는 것. 인디플러그의 향후 몇 년간 목표도 '수익을 내는' 수준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 자체'라고 말할 정도다.

▲ 공공 지원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허경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활동가.ⓒ프레시안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독립영화가 이 신규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의 허경 활동가는 독립영화가 온라인에서 배급되기 위해 공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플랫폼 시장이 산업적, 상업적인 양상으로만 편재돼 있는 만큼, 공공적 콘텐츠로서의 독립영화가 실제로 서비스 이용자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별도로 플랫폼이 구축되거나 플랫폼 내 일정한 콘텐츠 할당 등이 필요하며, 이는 기존의 배급지원 정책과의 연속성 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시장의 상황은 녹록치 않은 듯하다. 영진위 김현정 과장은 현재 영진위의 정책이 "이미 공공성까지 고민하고 있는 독립영화 진영과 달리, 시장이 아직 채 형성되지도 않았다고 판단하는 영진위에서는 시장을 만드는 일이 급선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공공성에 대한 고민과 정책은 시장 형성 다음이라는 것이다. 김현정 과장이 세미나에서 주로 발표한 내용들도 주로 불법 다운로드 단속과 합법 다운로드 캠페인 등과 같은, 독립영화나 공공성 차원이 아닌 일반 상업 콘텐츠 전반에 해당되는 내용이었다. 합법 다운로드 업체인 씨네21i의 김준범 이사는 온라인 시장이 독립영화와 일반 상업영화의 구분 없이 동일한 조건에서 완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비스 업체가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독립영화를 소개하거나 배너 등에 배려하지 않는 한,홍보 마케팅의 물량에 있어 비교가 되지 않는 상업영화와의 경쟁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선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윤성호 감독은 이러 딜레마와 복합적인 심경을 그대로 토로했다. "온라인 시장에서의 시장성이 일정 정도 창작자들에게도 패턴으로 강요될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사회를 본 김명준 미디액트 소장이 "'부가판권 시장'이 극장개봉용 극영화 위주의 말"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그의 지적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다큐멘터리의 경우 오히려 방송이 부가판권 시장이 아닌 주요 핵심시장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필름4' 채널처럼 독립, 예술영화 전용의 특화된 전문 플랫폼이 구축되는 것 역시 적절하고도 시급한 대안"이다. 이와 함께 처음부터 멀티플렉스 시장을 부가판권 시장이 아닌 주요 핵심시장으로 겨냥한 콘텐츠들이 적절한 시장 규모와 유통 경로를 찾는 것도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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