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상임위원 전원, 현병철 위원장 해명 요구
12일 인권위 정례 전원위원회 풍경이다. 인권위 최경숙·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은 이날 전원위에서 '위원장 국회 발언에 대한 해명 요구 및 의견 표명'이라는 안건을 상정했다.
전원위원회는 위원장과 3명의 상임위원, 7명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 인권위원 11명 전원이 모이는 자리다. 인권위원장의 발언 및 활동에 대해 전원위에서 직접 해명하도록 요구한 것은 2001년 인권위 설립 후 처음이다. 3명의 상임위원 전원이 공동 명의로 공식 안건을 제출한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전원위에 쏠린 관심 역시 기록적이었다. 인권단체 활동가, 법학교수들, 인권위 출입기자들이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이유가 있다. 추석 직전인 지난달 말, 현 위원장은 인권위 별정직 이 모 씨를 전격 해임했다. 행정안전부의 요구에 따른 조치였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18일 나온 현 위원장의 국회 발언과 맞물려 인권위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인권위는 행정부 소속이며 인권위 조직 축소는 이유가 있다"는 발언을 뒷받침하는 인사 조치라는 것이다.
인권위 상임위원 전원이 반발하는 초유의 일이 일어난 것은 그래서였다. 인사 조치 발표 직후인 지난 1일, 상임위원 전원은 현 위원장의 국회 발언과 직원 해임조치에 대해 따지기 위해 임시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 위원장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상임위원 전원과 비상임위원 4명은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12일 정례 전원위에서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12일 전원위에 인권위 안팎의 관심이 쏠린 게 당연하다.
"인권위 독립성 발언이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인가"
▲ 인권위 전원위 회의장에 들어서는 현병철 인권위원장. ⓒ뉴시스 |
인권위원들의 반발이 쏟아졌다. 조국 위원은 이날 안건이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위원회의 대내외적 신뢰가 걸려있는 일"이라며 "공개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위원장이 물러섰다. 현 위원장은 "선례가 될 수 있어서 의견을 들어본 것"이라며 논의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런 결정이 나온 뒤에도 김옥신 사무총장은 "개인소신을 외부에 공개토록 강요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위원장의 국회 발언은 인권위 운영규칙 심의의결 사항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무처 의견을 밝힌다"고도 했다.
현 위원장의 해명 발언으로 회의가 시작됐다. 그는 지난달 국회 발언에 대해 "인권위의 독립성은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로 의안 제출과 예산·조직·인사 등 어느 하나 행정부의 규정과 떨어져서 움직일 수 없다는 점에서 행정부 소속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위원장에게 질의했던 신지호 의원 역시 인권위 독립성을 인정한다고 했다는 말도 곁들였다.
별정직 이 모 씨 해임에 대해서도 현 위원장은 "그 분(이 모 씨)는 법무특채로 들어왔고, 이후 홍보팀장, 인권연구조사팀장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원래 특채는 자리 없어지면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내부 전산망에 해명 글을 올렸다고도 했다.
"'국가인권위원장 현병철' 대신 '행안부 장관 이달곤'에게 맞는 말"
곧장 인권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위원 개인의 정치 성향과 관계없는 질타였다. 문경란 상임위원은 "인권위원회법에는 어디에도 조직의 소속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국가기관이라고 행정부 소속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며, 이런 생각이라면 인권위 수장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국 비상임위원은 "위원장이 내부 전산망에 해명했다는데, 인권위원인 나도 처음 받아보는 내용"이라며 외부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주장했다. 신지호 의원이 인권위 독립성을 인정했다는 말에 대해서도 그는 "신 의원은 이미 인권위 독립성에 대해 '일방적 주장'이라고 하면서 정답을 정해놓았었다"라며 "독립성을 인정하고 있었던 게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윤기원 비상임위원은 "전임 안경환 위원장은 인권위 독립성 훼손, 위상 추락 등을 막기 위해 퇴임했다"며 "이런 과정을 거쳐 취임한 현 위원장이라면 앞장서서 독립성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게다. 윤 위원은 "(현 위원장의 발언이 담긴) 국회 속기록을 보면, '국가인권위원장 현병철' 대신 '행안부 장관 이달곤'이 들어가야 딱 맞을 정도였다"고 한탄했다.
별정직 이 모 씨 해임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유남영 상임위원은 "인권위 조직축소에 대해 인권위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를 제기한 상태"라며 "그런데 이번 인사 조치는 인권위 스스로 조직 축소가 이유 있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의 시위…'인권위 독립성' 천명 문서 내기로
▲ 인권위 전원위 회의장 바깥에서는 현병철 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뉴시스 |
저녁 늦게까지 회의가 이어지는 동안, 회의장 바깥에서는 현 위원장과 김 사무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현 위원장이 다수 의견을 수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른 시일 안에 인권위 독립성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문서를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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