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7일 "경제소득(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불을 넘었고 곧 3만 불이 된다. 빠른 시간 내에 4만 불이 될 수 있다"고 '4만 불'을 언급하기도 했다.
12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정부가 '고성장 전략'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음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재정부는 이날 국감자료로 제시한 중기 재정전략에서 2011년 이후 '5% 성장 달성'을 전망치로 내놓았다.
▲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윤증현 장관. ⓒ뉴시스 |
윤 장관은 "우리나라 성장률 수준에 대한 전망은 IMF가 4.8%, OECD가 4.9%를 제시하는 등 국제시각도 5%에 가깝다"며 "한국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IMF는 최근 발표한 선진 33개국 수정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1.0%를 기록한 뒤 2010년 3.6%, 2014년 4.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블딥 가능성, 출구전략 등 고려 안해"
정부의 이같은 시각에 대해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우려를 표명했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가 거시 경제를 중심을 잡고 파악하지 못할 경우 세수 등 여기저기에서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미국발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면서 국가 부채가 크게 늘어 재정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낙관적 시각'은 더욱 위험하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처방을 낳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 의원은 "세계경제 호황기였던 2007년에도 경제성장률이 5.1%였다"며 세계경제가 향후 2-3년간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5% 성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또 정부가 '5% 성장'의 근거로 최근 대기업들의 수출 호황을 제시하고 있지만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2007년에 5.1%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때에도 내수부문의 성장기여도가 4.6%포인트, 수출이 5.0%포인트, 수입이 4.5%포인트로 순수출 성장기여도는 0.5%포인트에 불과했다.
차 의원은 "정부의 재정운용계획의 전제는 금융위기에 대한 각국 정부의 확장적 통화금융정책과 재정정책에 대한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며 "미국과 EU(유럽연합)의 정책금리 인상이 세계경제에 더블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 또 우리나라가 출구전략을 시행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우려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차 의원은 실질 성장률이 5%대를 유지하려면 내수부문의 성장기여도가 4%포인트 이상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선 GDP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소비 성장률이 4-6% 이상,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의 합인 고정투자가 10%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것. 하지만 2000-2008년 동안 민간소비의 연평균 성장률은 3.7%, 고정투자의 연평균 성장률은 2.7%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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