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어 러브> 기자회견장에서. 왼쪽부터 김영진 평론가, 신연식 감독, 안성기, 이하나.ⓒ프레시안 |
서구영화에서는 아버지와 딸뻘 나이의 커플이 흔히 등장하지만 한국영화에서는 그간 금기시됐던 소재인 만큼, 기자회견장에서의 질문도 주로 나이차와 관련한 질문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질문과 답이 오가면서도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어쩐지 모든 것에 수긍이 가서 조금 허탈하다. 50대 남자와 20대 여자의 사랑이라, 설정만으로는 지나치게 느끼하거나 음흉해지기 쉽지만, 남자배우가 안성기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숙한 또래 남자아이보다는 내가 존경할 수 있고 나를 더 어른스럽게 이끌어줄 수 있는 사람, 더구나 상대가 안성기처럼 멋있고 지적인 분이라면 당연히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하나의 대답에 과연 누가 토를 달 수 있을 것인가. 이하나의 부모님이 "너무나 큰 영광을 안았다고 기뻐해 주신" 것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 영화 <페어 러브> 속 한 장면. (사진제공_부산국제영화제) |
오히려 나이차가 큰 커플을 연기하는 데에는 이하나보다 안성기가 더 큰 부담을 느꼈을 듯하다. 그렇다면 국민배우 안성기는 처음 이 영화의 출연제의를 받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시나리오를 덮었을 때 이야기에 너무 몰입을 해서 이미 나이차를 잊어버렸다"고 답한다. 그가 맡은 형만은 "나이만 들었지 세상물정 모르고 천진난만한 소년같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만 관객들에게 잘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겠다고, 관객들 역시 영화 초반 10여 분만 넘기면 금방 몰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안성기는 "이하나를 실제로 만났을 때에야 이 영화가 나이차 많은 커플의 사랑이야기란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고 답했다.
그가 중점을 둔 것은 순수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 안성기는 "내가 원래 좀 순수한 편이라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농을 섞어 말했다. 이 말이 아무리 안성기 본인의 입에서 나왔다 해도 그 누구도 여기에 의문을 표하지 못할 것이다. 한편 그는 "나이가 들면 배우로서 입지가 좁아지기 마련인데, 이 나이에도 아직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그는 오히려 가족의 응원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배우이자 대한민국 영화계의 대선배인 안성기는 그 어떤 톱스타도 어려워하며 깍듯이 예의를 차리기 마련이다. 감독 역시 이하나가 안성기에게 지나치게 주눅들까 봐 걱정했다. 이하나는 "안성기가 친구처럼 친근하게 대해주고 배려해줘서 연기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한다. 신연식 감독 역시 "둘이 친구처럼 잘 지냈다. 아마도 안성기 뺨에 유일하세 손가락을 찌를 수 있는 젊은 여자는 이하나 하나뿐일 것이다"라는 말로 촬영장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전한다.
안성기 역시 자신이 이하나를 많이 배려해줬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째 배려의 내용이 조금 이상하다. "이하나가 연기 욕심이 굉장히 많아서, 나는 이만하면 됐겠다 싶은데 이하나는 더 잘해보고 싶어서 한 번 더 가자고 하더라. 본인이 노력하고 욕심을 낸다면 당연히 배려해줘야 하지 않겠나." 이런, 이건 실은 이하나 칭찬이 아닌가.
▲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포즈를 취한 안성기, 이하나.ⓒ프레시안 |
그렇게 누구나 믿음을 표할 국민배우와 젊고 사랑스러운 여배우가 커플을 이룬 영화 <페어 러브>의 기자회견이 끝났다. 무대 위에 선 것만 봐도, 사진만 봐도 그림처럼 곱고 예쁜 한 쌍인 것을 충분히 알겠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