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에 칩거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던 유시민 의원이 4일 청와대의 전격 발표 이후 입장을 발표했다.
***바짝 몸 낮춘 유시민**
유 의원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유시민 의원입니다"로 시작되는 이메일을 통해 "저에 대한 야당과 일부 언론, 그리고 우리당 일각의 비판과 걱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며 "이 모두가 저의 부족함에서 빚어진 일로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라고 몸을 낮췄다.
유 의원은 이어 "다른 모든 일을 다 잊고 오로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겠습니다"라며 "비판하고 걱정해 주신 모든 말씀을 언제나 마음에 새기고 일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평소와 달리 '겸허한 자세'로 논란의 지속을 막으려는 모습이었다.
***"보건의료 산업이 세계 일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유 의원은 "연세 많이 드신 어르신들이 서러움과 외로움을 덜 겪으시도록, 부모한테 버림받은 아이들이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장애를 가진 분들도 당당하게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온 정성을 다하겠습니다"고 복지 분야에 대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보건계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의료산업 선진화 정책'과 관련해 유 의원은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산업이 세계 일류가 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해 현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을 이어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현재 보건의료연합 등 의료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가 황우석, 노성일, 김병준 등 황우석 파동 관련 핵심인사들이 위원으로 있는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로 대표되는 의료산업화 정책을 유 의원을 앞세워 적극 추진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유 의원의 그간 언행에 비춰볼 때 보건복지부 장관이 될 경우, 양극화 해소나 복지 확충보다는 의료산업화를 비롯한 시장주의적 보건복지 행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유 의원은 "국민들의 아픔과 소망을 함께 나누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고 싶습니다"라며 "앞으로 더 큰 관심과 비판을, 그리고 때로는 도움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이메일을 마무리 지었다.
***여당 "발표 직전 연락받아"**
한편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당내 여러 의견을 숙고해 대통령이 고유의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유시민 신임 내정자가 양극화 해소의 핵심부서인 보건복지 분야 행정에서 확실한 추진력을 발휘하기 바란다"고 간략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 대변인은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진땀을 쏟았다. 당의 '공식 의견'이 어떻게 수렴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전 대변인은 "비상집행위나 회의를 연 것은 아니고 정세균 당 의장을 비롯한 몇몇 지도부와 협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 대변인은 또 이날 발표와 관련한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 여부에 대해서도 "발표 직전에 연락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이 "당과 청와대 간에 상당한 수준의 채널에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밝힌 것과 상당히 어긋나는 대목이다.
전 대변인은 또 5일 만찬도 필요 없어졌다는 당내 반발에 대해선 "내일 만찬은 유시민 의원에 대한 것만이 아니니 그대로 가지 않겠느냐"고 무마했다. 그는 "만찬에서는 당정청 협조 문제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문제들을 포괄해서 세부적 의견들도 개진될 것"이라고 덧붙여 정상적으로 열려도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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