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껴안고 눈물핑>의 고준희, 이켠. (사진제공_부산국제영화제) |
<꼭껴안고 눈물핑>은 가난한 연극배우인 남자와 같은 연극에 출연하는 상대 여배우와 갑작스러운 사랑에 빠졌다가 결국 헤어진다는 내용. 문제는 그가 이미 어린 나이에 연상의 여인과 결혼해 딸까지 둔 유부남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통속적인 내용을 20대 초중반 나이의 가난한 청춘들이 할 법한 예쁘고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로 끌고 나간다. 두근대는 열병으로 시작해 결혼에 골인했으나 이제는 삶에 치이는 아내와의 결혼생활을, 감독은 그저 구질구질한 현실로만 그리는 대신 일종의 '동지애'로 묘사한다. 그리고 그 와중 피어나는 단비와의 사랑은 마치 더운 여름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결코 피하고 싶지 않은 반가운' 손님처럼 묘사한다. 결국 아내와 단비는 각각 결코 소홀할 수 없는 현실과 그 와중에도 놓치고 싶지 않은 꿈의 대립으로도 보인다. 전체적으로 미장센도 촬영도 예쁘고 팬시하게 꾸며졌지만, 아내와의 동지애나 연인과의 연애 모두 가난한 사랑으로 묘사된 것도 인상적이다. 추민주 원작의 인기 연극인 '그 자식 사랑했네'의 장면과 오가면서(찬영과 단비가 무대에서 공연하는 연극이 바로 '그 자식 사랑했네'이다), 곧 연극 속 내용이 이들의 현실과 그대로 병치되도록 구성됐다. 이켠이 두 여자 모두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바치는 '밉지 않은 불륜남' 임찬영 역할을 맡았고, 고준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자 단비 역을, 그리고 신동미가 헌신적이고 속 깊은 아내 미선 역을 맡았다.
아무리 예쁘고 팬시하게 꾸민 사랑이야기라고는 하나 '불륜'이 주된 이야기인 만큼 관객들의 반응 역시 호불호가 갈릴 법하다. 실제로 영화 상영 후 GV 시간에는 남자주인공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쏟아내는 관객도 있었다. 또한 남편의 외도 사실을 눈치채면서도 단 한 번도 그를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감싸고 이해해주는 아내 미선 캐릭터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미선 역을 맡은 신동미는 "세 사람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것이라 봐주면 좋겠다. 내가 맡은 미선 역시 그런 것이다. 난 그녀가 대단하고 속 깊은 여자라고 생각한다"며 영화를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김동원 감독은 "사랑이란 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사고 같은 것 아니겠느냐. 내 영화는 아마도 가슴아픈 사랑을 하고 있거나 해본 사람들이 잘 이해해줄 것이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꼭껴안고 눈물핑>은 영화제에서 14일 한 번 더 상영된다. 일반 극장에서의 개봉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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