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김성재 관장)은 8일 도서관 1층에서 김 전 대통령이 쓴 옥중서신 44통과 부인 이희호 여사가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709통을 공개하고 설명회를 가졌다.
이번에 공개된 편지의 내용은 '옥중서신'(1984년 출간)의 증보판으로 지난달 말 발간된 '옥중서신 1·2'에 담긴 것이지만 편지의 원본이 공개되기는 처음이라는 게 도서관측 설명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진주교도소(8통)와 서울대병원 병동(36통)에 수감됐을 당시 이 여사에게 꾸준히 편지를 보냈고, 특히 병원에서는 당국의 감시를 피해 껌종이나 과자 포장지에 못으로 눌러 쓴 편지를 이 여사에게 은밀히 전달했다.
김대중도서관 장신기(35) 연구원은 "면회를 간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과 사전에 약속한 편지 보관장소인 휴지통이나 화분 밑에서 편지를 꺼내 속옷 등에 감춰 몰래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감시를 피해 쓴 편지인만큼 국내외 인사들에게 민주화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 정치적인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편지가 당시 당국 등에 적발됐을 경우를 대비해 당사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인사들의 이름을 영문 이니셜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78년 9월14일 쓴 메모에서 김 전 대통령은 "가을이 중요한 시기요. 저번 말한 대로 M, MD, LDC 등 만나서 질문하여 그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도록 격려해주시오"라고 썼다.
또 같은해 9월12일 편지에서는 "대통령(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이번에 내는 서신은 비공개로 하시오…부득이 대통령께 호소한다는 것, 지금의 병원 수감은 불법이며 국고 낭비라는 것 등 자세히 써서 그 선처를 바라는 요지면 될 것이오"라고 적혀 있어 김 전 대통령이 이 여사를 통해 수감의 부당성을 알리는 편지를 박 전 대통령에게 비공개로 보낸 사실을 짐작케 했다.
한편 이날 설명회장에 이 여사가 직접 찾아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30여년 전 남편과 주고 받은 편지들을 찬찬히 둘러봤다.
이 여사는 "(남편은) 볼펜이 없어서 못으로 썼다. (못으로 쓴 편지는) 당시 둘째 아들 홍업이가 집에 있어 읽어줬다"고 말했다.
도서관 측은 이번에 공개한 편지를 이날부터 11월8일까지 한달간 도서관 로비에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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