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장운규는 2000, 2001년 국립발레단의 '유리 그리가로비치 3부작-<스파르타쿠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의 주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2002년에는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와 신부 역에 동시 캐스팅돼 폭넓은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 후로 하늘을 향해 치솟는 재크의 콩나무처럼 끊임없는 성장을 해왔다. 장운규는 현재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초청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는 발레리노다. 다양한 수상경력을 소유하고 있는 그가 10월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발레' 무대에 오른다.
▶ 장운규가 묻는다, '이건 어디서 나온 거지?'
무용예술 대중화에 앞장서 온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발레'는 발레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벗기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애써왔다. 10년 동안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던 '해설이 있는 발레'의 10월 공연 '이건 어디서 나온 거지?' 해설을 맡은 장운규가 말한다. "음악이나 뮤지컬 등 많은 장르에서 해설과 함께하는 공연을 해왔다. 그러나 발레는 '해설이 있는 발레'가 처음이다. 오랜 시간 노력했고 전문가들이 해설을 맡아왔다. 몇 년 동안 계속 해오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던 '해설이 있는 발레'의 이번 공연에서는 무용수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2009년의 공연은 무용수들의 해설과 함께 한다." 무대에 직접 서는 무용수야말로 전문가 중의 전문가일 것이다. "조금 더 실질적인 무대 이야기, 무용수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 작품을 놓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번 공연을 통해 발레의 다른 면을 드러내고 싶다. 발레단에서 해왔던 레퍼토리 공연 중에서 선정된 작품과 장면들을 통일성 있게 조합해 다가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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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운규가 들려주는 발레이야기 '이건 어디서 나온거지?'는 발레 작품 중 그 스토리의 근원이 문학이나 오페라에서 나온 작품들을 모았다. 프로그램으로는 '파우스트', '까르미나브라나', '카르멘', '장미의 정령'의 일부분을 선보인다. "어려운 작품들이기는 하다. 쉽고 미적인 부분들만을 추구하는 공연들과는 다르다. 기본 원작들이 있고 그 안에서 새로운 면을 발견해 발레로 옮겨진 작품들이다. 어려운 만큼 관객들에게 그냥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들을 발레로는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 또 다른 어떤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는지를 함께하고 싶다." 작품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면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장운규는 이 공연들이 소외된 작품들이라고 전했다. "무대에 많이 올린 작품들이 아니다. 내용도 어렵다보니 소외된 작품들이다. 뛰어난 작품들인데 소개가 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
'해설이 있는 발레'를 준비하고 있는 장운규는 고민이 많다. 그의 말대로 어렵고 대중화되지 않은 작품들이다보니 관객들에게 친근히 다가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무래도 관객들은 화려한 눈요기를 원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장운규는 그만의 뚝심으로 이 작품들만의 매력적인 장면들을 선보인다. "파우스트 같은 경우 원작이 개작 돼 오페라로 넘어왔다. 4막 중에 술에서 얻을 수 있는 쾌락을 맛보게 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오페라에서는 노래로 표현하고 연기로 표현한다. 한정돼 있는 표현방법에 발레를 삽입했다. 유명해진 장면으로 단독 발레 공연으로만 이뤄지기도 한다." 이 외에도 주목할 만한 부분들을 줄지어 보여준다. '까르미나브라나'에서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성직자를 보여주므로 성직자들의 타락한 면을 드러낸다. 또한 '까르미나브라나' 중 '사랑의 정원'에서는 두 남녀의 사랑을 그려내므로 타락과 사랑의 모습을 대비시킨다. 장운규는 이 기회를 통해 마음으로 이뤄지는 관객과의 대화를 꿈꾼다. "작품 관람 혹은 관심 있는 무용수, 문화생활을 즐기는 등 관객들은 다양한 이유로 공연장을 찾는다.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발레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 물 흐르듯 무대와 하나가 되길 꿈꾸는 무용수, 장운규
국립발레단의 대표 발레리노 장운규.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는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처음 발레와 만났다. "참 재밌었다. 천성이었는지 다른 것은 집중이 잘 안 됐는데 발레만은 집중이 됐다. 그러니 노는 것처럼 재밌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장운규는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노는 아이들처럼 발레를 했다. 그의 숙명과도 같은 발레는 오랜 시간 그와 동행하며 한시도 떨어질 줄을 몰랐다. 발레에 대한 그의 자세는 진지하고 엄숙하다. "평생을 두고 계속 해야 할 일이다. 아직 나는 발레에 대해 정의내리지 못한다." 그렇게 거대한 그 무엇, 장운규를 둘러싸고 있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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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발레와 함께 하며 지금의 위치에 섰지만 누구나 그렇듯 쉽지만은 않았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서 본인 스스로나 환경이 갖춰져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목표만을 향해서만 달려갈 수 있다면 그건 가장 큰 복인 것 같다. 그런 환경이 되지 않을 때, 이를테면 부상을 당해 공연을 정말 하고 싶은데도 할 수 없었을 때, 한국 실정에 따라 많은 공연을 올리지 못할 때, 연습 장소의 부족함 등 힘들었던 시기가 많았다. 특히 발레는 몸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런데 부상당했을 경우 그 가능성을 완전히 제지당하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그러나 장운규는 발레단에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발레는 몸으로 표현하는 장르다.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일반대중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소해보이기도 한다. 장운규는 그 생소함이 오히려 매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 근원은 사람들의 생활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은 기본적 신체움직임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늘 움직인다. 그림을 그릴 때도 일단 몸이 먼저 움직이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무용은 그런 기본적 신체 활용을 이용한다. 그렇다고 기계처럼 움직이기만 하는 게 아니다. 이성도 있고 감정도 있는 게 인간이데, 기본적으로 그 감정과 생각이 바탕이 돼 움직여져야 한다. 가장 원초적인 것이라 더 매력이 있지 않나 싶다.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가장 어렵기도 하다. 몸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이기에 그 훈련이 어렵다." 장운규는 그런 몸을 통해 무대와 하나가 되는 공연을 꿈꾼다. "무대 위에 있을 때, 모든 것을 다 폭발시킬 수 있는 공연을 원한다. 아무 생각 없이 그것과 하나가 돼 내 몸처럼 움직이고 싶다. 남의 것을 연습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온전히 나와 무대가, 그리고 발레가 하나가 되는 것, 그래서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무대 말이다. 아무런 사심 없이 한다고 해서 생각 없이 대충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몸에 자연스럽고 편한 것이다. 그때 매우 행복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한 공연을 펼치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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