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29일이었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검사장들을 모아놓고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수사 패러다임을 바꿔 국민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본건과는 상관없는 문제를 뒤져 피의자를 압박하는 별건수사를 금지하고 일정기간 내 수사에 진척이 없으면 내사를 종결하라고 당부했다.
반응은 좋았다. 언론은 신선하다고 평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수사 패러다임 전환을 재론하며 수사 선진화를 강조했다.
어떻게 됐을까? 그 뒤 검찰은 발상의 전환을 꾀하고, 관행의 개선을 시도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어제 오늘 나온 뉴스만 놓고 보면 검찰은 발상의 전환도, 관행의 개선도 시도하지 않고 있다.
어제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검찰이 2007년 말에서 2008년 초에 대통령 사돈기업인 효성그룹 관련 범죄 첩보 10여 가지를 문서로 정리했는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종료해버렸다고 했다. 오늘 '한겨레'가 보도했다. 검찰과 경찰이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전교조 간부들을 수사하면서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두 사안 모두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에 부합하지 않는다. 검경의 전교조 간부 계좌추적은 명백한 별건수사이자 먼지털이식 수사다. 효성 수사 종결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언뜻 봐선 일정 기간 동안 수사를 벌였는데도 진척이 없어 종결한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효성그룹 수사팀 관계자가 '효성 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덮었다는 얘기다. 내사 종결의 선결요건인 '열심히 수사해 보고'가 성립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 ⓒ연합 |
▲ 9월 3일이었다. 법무부가 수사 공보 준칙을 마련했다며 10월에 공표하겠다고 했다. '노무현 수사'로 불거진 검찰의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수사상황 공개는 서면 브리핑으로 제한하되 오보 대응이나 공익에 부합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구두 브리핑을 허용하고, 공표자는 대변인과 차장검사로 제한하겠다고 했다.
반응은 좋지 않았다. 언론은 이 준칙이 검찰의 '입맛대로' 공표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어떻게 됐을까? 그 뒤 검찰은 새로운 수사 공보 준칙에 적극 부응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오늘 나온 뉴스만 보면 검찰은 법무부의 준칙조차 따르지 않았다. 국민의 알권리 침해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는 준칙마저 지키지 않았다.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어제 효성그룹 부실수사 보도가 나갔는데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의 공보관 역할을 담당하는 3차장 검사는 오전 기자들의 확인 전화를 일절 받지 않았다"고 했다. 대검 또한 "어떠한 해명이나 반응도 없이 감감무소식이었다"고 했다. '한겨레'가 보도했다. 전교조 간부들의 계좌추적 사실을 서울 영등포경찰서 간부가 시인했는데도 검찰 관계자는 "법대로 하고 있을 뿐이며, 수사중인 사안이라 따로 언급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물론 '모르쇠'로 일관한 것은 아니었다.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이 효성그룹 부실수사에 대해 "대통령의 사돈이라고 해서 봐주는 단계는 이미 지났으며 수사할 만큼 다 했기 때문에 종결했다"고 반박하긴 했다. 하지만 이건 정상적인 브리핑이 아니었다. 출입기자들과의 오찬이 예정돼 있던 차에 때마침 '한국일보' 보도가 나왔기에 한 마디 걸친 것 뿐이었다.
법무부의 수사 공보 준칙에 '공표자'로 지정된 차장검사는 묵묵부답이었다. "오보 대응이나 공익에 부합하는 사안"에 해당되는데도 구두 브리핑은 물론 서면 브리핑조차 하지 않았다. 법무부의 수사 공보 준칙은 피의자의 인권에 해당하는 내용이고, 효성그룹 부실수사나 전교조 간부 계좌추적은 그와는 별개 내용인데도 일체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예나 지금이나 '입맛대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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