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최대 10조 전망
현재 M&A 시장에 나온 금융기관들의 총 인수가격은 대략 10조 원대에 달한다. 외환은행 예상 매각가격만 5조 원대며,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 일부(3~4조 원대)도 새 주인 찾기에 들어간다. 푸르덴셜투자증권과 비씨카드, 녹십자생명 등의 예상 매각가격도 1조 원이 넘는다.
특히 외환은행의 경우 대주주의 매각 의지가 강한데다, 국내 은행권에서도 KB금융지주를 중심으로 강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어 연내에 매각작업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외환은행 대주주인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지난 1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우리를 찾아와 팔고 싶을 때 팔라고 했다. 우리는 (외환은행 지분을) 6개월에서 1년 내에 매각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을 요구한 금융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빌려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가로막는 법적 장애물은 대부분 제거됐다"라고 보도했다.
외환은행 인수에 따라 예상되는 가장 큰 효과는 규모의 경제 구축이다. 김은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결국 은행업에서 자본은 '버퍼'다. 자본규모가 클수록 돈을 벌 기회가 늘어난다"며 "경제위기가 끝나가면서 그 동안 국내 은행들이 미뤘던 대형화 추진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매각으로 수년 째 거론된 국내 은행의 '메가뱅크화'를 거론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메가뱅크란 자산규모 500~600조 원대의 초대형 은행을 일컬으며, 국내 대형 시중은행을 통합해 한국 금융시장 내 지배자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등이 지난해 가을까지도 이와 같은 주장을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구용욱 대우증권 금융서비스팀장은 "이미 메가뱅크론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지나간 얘기가 됐다"며 "지금은 외환부문에 특화된 외환은행 인수로 시중은행들이 부족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 독점 우려도 당장에는 제기되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 3대 금융지주사의 총자산 규모는 각각 KB금융지주 334조 원, 우리금융지주 330조 원, 신한금융지주 314조 원(6월말 기준)이다. 외환은행의 총자산은 101조 원이다.
▲강정원 신임 KB금융지주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한 역량 강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중심은 KB금융지주
이와 같은 시장재편의 중심에는 KB금융지주가 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평가다. 시중은행 중 가장 치밀한 준비를 갖췄고, 입맛에 딱 맞는 매물들이 시장에 나와 있다는 이유다. 외환은행과 함께 푸르덴셜투자증권이 그 대상이다.
외환은행은 국민은행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업금융과 해외영업망을 확충해줄 수 있고, 푸르덴셜투자증권은 역시 취약한 증권업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 KB투자증권(옛 한누리투자증권)은 상대적으로 법인영업에 집중한 터라 소매영업망이 취약하다. 반면 푸르덴셜투자증권은 전국에 75개 지점을 갖고 있는 업계 24위권 증권사다.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에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이미 나왔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 기준 KB금융지주의 신규 출자여력은 2조2000억 원이며 지난달 단행한 1조1000억 원의 증자금액과 현 주가 기준 약 2조8000억 원의 자사주 금액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출자여력은 5조10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며 "최대 7조 원대의 자금을 M&A에 투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KB금융지주 측도 이와 같은 시장의 평가를 애써 부인하지 않는 눈치다. KB금융지주 대표이사 겸 회장 직무대행을 맡은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지난달 29일 지주 회장 직무대행 취임식에서 "그룹 시너지 창출을 위해 M&A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외환은행 인수전에는 사실상 KB금융지주가 단독으로 부상하는 반면, 푸르덴셜투자은행에는 여러 그룹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 확장을 시도하는 한화그룹과 역시 업종 진출에 관심을 보이는 롯데그룹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한편, 우리금융지주 인수 후보로는 하나금융지주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M&A에 나서기 위해 유상증자를 계획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KB금융지주만큼 호의적이지 않다.
이미 지난 2006년 8월 LG카드 인수전에서 신한금융지주에 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KB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하나금융지주의 우리금융지주 지분 취득보다 시너지가 높다"며 우회적으로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나마 현금동원력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주식스와프 등의 대안을 통해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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