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열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시키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말 시장을 놀라게 할 정도로 강경한 발언을 했던 이성태 총재가 기세를 이어나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시장금리는 하락 쪽으로 핸들을 돌렸다.
▲10월 금통위를 앞두고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됐다. ⓒ뉴시스 |
거시지표도 심상치 않다
한은은 지난 금통위 직후만 해도 강경한 분위기였다. 지난달 10일 이 총재가 금통위 직후 "금리가 일부 인상된다 하더라도 지금 금융완화상태가 상당히 강해 (기존의) 완화기조는 유지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금리 인상을 강한 뉘앙스로 강조한 '매파적' 발언이었다.
그러나 거시지표가 금리인상 움직임을 가로 막고 있다. 일단 최근 주가 급락의 주요 요인 으로 꼽히는 미국의 부진한 경기회복세가 문제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9월 실업률은 9.8%. 1983년 이래 최고치다. 미국의 암울한 경기전망은 한국 수출기업 실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미국의 수출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나 지난 8월말 현재도 10.9%에 달할 정도로 크다. 중국과 유럽연합(EU), 아세안(ASEAN) 다음이다.
국내적으로도 각종 지표가 한은에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민간부문 경기회복 여부의 가늠자라 할 설비투자지표가 여전히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는 게 문제다.
5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설비투자는 전년동월대비 16.6% 감소했다. 계절적 특성을 제거한 계절조정 수치로는 지난 8월 한 달 간 설비투자 증가율이 전월대비 -39.2%에 달했다. 2002년 4월 후 최악이다.
정부가 주도해온 공공부문 투자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8월 공공부문 투자(계절조정)는 전달보다 무려 93.3%나 급감, 관련 통계를 처음 작성한 지난 1996년 6월 이후 가장 나빴다.
특히 정부가 그간 경기를 떠받쳐 온 건설부문 투자지표가 나빴다. 8월 건설기성(공사가 이뤄진 부분)은 올해 들어 가장 나빴고(전년동월대비 6.8% 감소), 토목부문은 23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지탱해 온 경기부양 효과가 서서히 끝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경기반등이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시작됐으나 여전히 민간부문으로 확산되지 못했다는 증거"라며 "생산과 투자의 주체인 기업들이 경기의 추세적 회복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업이 이처럼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고용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어져야 '지속적인' 새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에 따른 소비증대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희망근로 프로젝트 등 현재 늘어나는 일자리 대부분은 한시적 효과에 그쳐 소비증가-기업이익확대-투자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얻기 어렵다. 이 상황에 금리인상 움직임은 강한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동결 당연"… 항복선언 할까
이번 달부터 발표될 3분기 기업실적도 전분기보다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거시지표 약화로 실적 모멘텀이 둔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받는 이유다.
원종혁 SK증권 연구원은 "중고차 보상프로그램이 8월 종료된 데 이어 10월 장기채매입, 11월 첫주택 구입 세제지원제도도 종료된다"며 "앞으로 경기회복 모멘텀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프레시안 |
오히려 시장의 관심은 다른 곳에 쏠려 있다. 이 총재가 과연 어떤 말을 할 것이냐다. 정용택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 결과보다 한은 총재의 발언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한은의 통화정책 입장을 확인하려는 심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가 만약 이번 금통위 이후 금리 인상이 적절치 못하다고 말한다면, 시기적으로 한은이 '출구전략 시기상조' 입장을 꾸준히 이어온 정부에 사실상 항복한 셈이 된다. 한은법 개정 등을 둘러싸고 대립 구도를 보이면서도 일정 부분 정부 기조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한은의 고민이 이번 이 총재의 입에서 확인된다손 쳐도 무리가 아니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 입장보다는 매파적 성향에 다소 무게를 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정책적 입장을 고려할 때 지난 회의와 같이 금리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미 시장은 이와 같은 시나리오를 따라 금리 하락으로 방향을 바꿨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30일 이후 사흘 연속 하락, 4.47%에서 4.33%(5일 마감 기준)까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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