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정부는 '친서민'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지만 현 경제상황에 대해 서민들과는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고 있는 64차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IMF/WB)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글로벌 경제 위기 직후 급락한 가격이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이라며 "경제를 위협할 만한 중대한 문제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4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회견에서 "한국 경제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문제는 전혀 없다고 본다"면서 "우리는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고,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 주가-집값 모두 떨어졌는데…한국만 주가 15%-집값 2.5% 올라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최근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이 정상화 과정이며,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문제는 전혀 없다"는 재정부 장관 인식에 얼마나 동의할지 의문이다. 실제로 5일 <헤럴드경제>와 케이엠조사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들은 강화해야할 서민정책으로 물가대책(23.2%)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일자리창출(20.7%), 주택수급 및 집값안정(15.1%) 등을 지적했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나 집값은 결코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또 지난해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세계 경제상황과 비교해봐도 한국의 자산가격 상승이 '정상화 과정'이라는 윤 장관의 인식은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직후인 지난해 9월1일과 1년 후 주가를 비교하면 세계주가는 평균적으로 20% 정도 떨어졌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1년 전에 비해 19% 하락했다(1만1544→9311). 한국은 코스피지수가 1474에서 1623으로 오히려 15% 올랐다.
집값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집값은 2007년 말에서 2009년 5월 말까지 25% 하락했는데 한국의 집값은 같은 기간 2.5% 상승했다.
물론 나라마다 경제상황이 다르므로 자산가격의 흐름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주요국이 '대공황 이후 최대'라는 평가를 받는 세계경제위기로 침체에 빠졌는데 한국경제만 홀로 승승장구할 상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한국은 수출중심국가로 세계경제 흐름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기본적으로 경제성장률에 의해 좌우된다(주가= 예상이익/금리-성장률 , 주택가격=집세/금리-경제성장률). 경제성장률이 1% 높아지면 주가가 대략 1% 더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국의 주가가 지난 1년간 19% 하락했는데, 한국의 주가가 같은 기간 동안 15% 오른 것이 윤 장관의 주장대로 '정상'이 되려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미국보다 34%는 더 높아야 한다. 지난해 경제위기 이후 한국이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의 효과 등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경기부양 정책 필요…한은 금리인상 이외에 수단 많아"
현재의 자산가격 상승이 '정상화 과정'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윤 장관은 출구전략(경기부양책으로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는 전략)이나 금리인상 등에 대해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윤 장관은 "한국경제는 여전히 경기 부양 정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출구전략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윤 장관은 이어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상하기 전까지 다양한 정책들을 가지고 있다"며 "모든 지표들을 잘 고려한 뒤 현명하게 선택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결정은 한국은행의 독자적 권한이지만 이명박 정부는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 과열 등으로 금리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는 한은에 계속적인 압력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나라가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출구전략을 짜기에는 이르다"고 못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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