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 사회에 드리우고 있는 어둠의 그림자는 아직도 거대하기만 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한가위는 기쁨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이번 추석에서 관심이 쏠린 곳은 용산이다. 구체적으로, 용산참사의 희생자 유족들이 여덟 달이 넘도록 장례도 못 지낸 채 지내고 있는 천막생활을 청산하고 추석에는 가족들과 함께 정상적인 차례를 지낼 수 있을 것인가를 관심을 갖고 바라봤다.
이 같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결국 용산사태는 추석 전에 해결되지 않았고 희생자들은 순천향병원 영안실 냉동고에서, 유가족들과 이들을 돕고 있는 공대위 관계자들은 용산참사 현장과 농성중인 명동성당 영안실에서 외롭게 추석을 맞아야 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 추석인 3일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과 면담을 가진 정운찬 총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노동과세계 |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운찬 국무총리가 추석 당일 아침 용산 참사현장을 전격방문, 고인들의 영정에 조문을 한 뒤 유가족을 만나 사태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약속한 것이다. 이미 여러 언론에 보도됐듯이, 정 총리는 이날 아침 참사현장을 방문해 "용산사고는 그 원인이 어디 있든지 간에,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참으로 불행한 사태"라며 "다섯 분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지 250여 일이 지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것에 대해 자연인으로서 무한한 애통함과 공직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또 "오늘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인데, 이곳에서 차례조차 모시지 못하는 여러분이 더더욱 안타깝다"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그러나 정작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서는 유가족들이 요구하고 있는 "수사기록 공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기는 어렵다"고 자신의 한계를 내비쳤다고 한다. 다만 "당사자간 원만한 대화가 이뤄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정부 당국자 중 이곳을 방문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정 총리의 용산방문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구체적인 해법제시에는 못 미쳤다는 점에서, 한 마디로, 정 총리 는 유가족들에게 반쪽 선물을 하고 간 것이다. 다시 말해, 정총리가 유가족과 관계자들에게 '한가위 보름달'이 아니라 '반달'을 선물하고 간 것이다.
주목할 것은 정 총리의 전향적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사건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추석에도 침묵으로 일관한 채 용산 문제 해결을 외면했다는 사실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오시장의 얼굴을 비췄을 둥그런 보름달이 나 역시 내려다보고 있다. 그러나 내 마음의 달은, 용산의 달은, 보름달이 아니라 반달에 불과하다. 그나마 초생달이었던 것이 정 총리의 용산방문으로 가까스로 반쪽을 채운 반달이 된 것이다. 보름달이 아닌 '반달의 추석', 그것이 2009년 추석 용산의 풍경, 2009년 추석 대한민국의 풍경이다.
반달이 아닌, 용산의 환한 보름달은 언제나 오는 것일까? 아니 '용산의 보름달'은 오기는 오는 것일까? 용산문제의 당사자로서 나머지 보름달의 반쪽을 쥐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름달을 돌려주기는 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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