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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에는 대나무처럼 곧은 마음을 지닌 세탁소 주인 강태국이 있다. 극의 진행 한가운데 서 있는 그는 유연한 외적 모습에 휘몰아치는 태풍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을 신념을 가졌다. 그는 관객들을 동요시킨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게 만들지는 않는다.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이 균형을 잃지 않도록 양쪽에서 지탱하고 있는 인물은 따로 있다.
극의 초반, 이석운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세탁소를 찾는다. 고달픔의 흔적이 몸 곳곳에 배어 있다. 그는 낡은 옷차림보다 더 쓸쓸한 표정을 걸쳤다. 세탁소에 들어선 그가 망설이듯 묻는다. 40년 전에 맡긴 자신의 어머니 옷을 찾을 수 있겠냐고. "못된 짓을 하느라 어머님 옷까지 들고 나와 사거리 전당포로 들어가다가 여기 강씨 아저씨를 만났어요. 아저씨가 돈을 주시면서 나중에 갚고 찾아가라고 맡아 주셨거든요. 전당포에 들어가면 나중에 다시 찾기 힘들다고. 없겠죠?" 이석운은 자신의 잘못으로 점철된 과거 회복의 가능성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럴 수 "없겠죠?" 그러나 강태국은 아버지가 모아둔 옷가지들 사이에서 이석운이 말하는 꽃자주 두루마기를 찾아낸다. 잃어버린 꽃자주 두루마기를 받아든 이석운은 희망을 찾았다. 눈물은 마음을 타고 흐른다.
짧은 에피소드로 등장한 이석운. 이석운 역을 맡은 배우는 1인 2역으로 극의 후반부에 다시 등장한다. 난데없이 어머니의 옷을 찾겠다며 가족들이 세탁소에 들이닥친다. 여기 맏형 안유식은 어머니의 유산을 받아야겠다며, 그런데 그 유산이 어머니 속에 들어있다며, 그 옷은 이 세탁소에 맡겨져 있다며 난동을 피운다. 이제 관객들은 안유식을 보며 이석운을 떠올린다. 한 사람의 상충되는 두 역할이 극의 가장 예리한 중심부를 날카롭게 찌른다. 어머니의 유산이라는 단순한 소재를 둘러싸고 충돌하는 두 인물을 선과 악의 이분법처럼 쉽게 구분 지을 수 없다. 관객이 끝까지 이석운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울었기 때문이다. 이 날카로운 베임이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의 굵은 상흔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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