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인수의향서(LOI)를 낸 곳은 10곳 이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콜버그 크래비스로버츠(KKR)·블랙스톤·퍼미라(Permira)·S&C인터내셔널 등 해외 사모펀드가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벡텔 등 일부 해외 엔지니어링 회사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포스코 등 인수대상자로 꼽혔던 국내 대기업들은 LOI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대우건설노동조합은 논평을 내고 "사모펀드들의 대거 참여는 곧 머니게임을 의미한다"며 "투기자본에 대우건설을 넘기려 하는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비열한 술책에 분노한다"고 했다.
노조가 이처럼 반발하는 이유는 사모펀드의 형태와 속성 때문이다. 대체로 사모펀드의 자기자본비율은 20% 미만이며, 특히 대형 외국계 사모펀드의 경우 10% 수준이 보통이다. 나머지 자본은 차입금과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본으로 이뤄져 있다.
고수익 보장을 위해 사모펀드가 기업 인수 후, 고배당과 유상감자 등을 실시해 회사 미래가치를 훼손하고, 구조조정으로 계속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사모펀드에 인수된 상당수 국내 기업이 이와 같은 길을 걸었다. 오리온전기는 매트린 패터슨에 인수된 후 불과 5개월 만에 청산됐다. 만도기계는 로스차일드에 매각된 후 만도공조(위니아만도)와 만도로 분리돼 다시 UBS캐피탈 컨소시엄과 선세이지에 팔렸다. 론스타는 극동건설과 외환은행을 사들인 후 '먹튀' 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김욱동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그간 진행된 매각과정에서 먹튀자본의 지난 행태를 지적하며 머니게임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으나 안타깝게도 현실화됐다"며 "무리한 차입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국책은행으로서 고가에만 매각하면 된다는 태도의 산업은행이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도 지난달 30일 논평을 내 "일부 언론과 사측에서 외국계 엔지니어링 회사의 인수 참여를 반기고 있으나 쌍용차의 사례처럼 대우건설의 해외 플랜트 시공능력만 빼갈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진짜 문제는 산업은행"이라며 "대우건설 매각을 국가산업 정책수립이라는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산업은행의 매각주간사 자격을 박탈하고 제3의 정부기관에서 매각을 주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6년 12월 금호아시아나를 새 주인으로 맞았던 대우건설은 지난 6월 28일, 다시 인수합병 시장에 나왔다. 무리한 차입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난에 빠져 분리 매각키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8일 금호생명,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건설, 쌍용건설 등 5개 기업의 노동조합이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매각 절차'를 요구하며 금호아시아나 1관에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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