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반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만난 정 대표와 이 총재는 "세종시는 국법으로 규정된 국가 과제일 뿐만 아니라 이 정권이 처음부터 약속한 대국민 약속"이라며 "세종시는 수도권의 과밀 완화와 국가균형 발전 및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공동의 입장을 확인했다.
이들은 이어 "경제학자로서 자신의 수입 지출마저도 해명하지 못하고 국회 청문회장에서 위증하는 등 많은 하자와 흠결이 있다"고 주장하며 "정운찬 후보자는 자진사퇴해야 하고, 대통령은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더불어 "세종시와 총리 인준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행동 및 향후 계획은 양당의 원내대표에게 일임하되 모든 것은 공동대응하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양당은 세종시 원안추진,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반대 등 공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합뉴스 |
昌 "대통령과 각 세우지 않는 총리라면 우리나라 미래 없다"
이날 회동에서 정세균 대표는 "법치를 주장하는 이명박 정권이 법에 의해 추진돼온 세종시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훼손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자유선진당과 함께 힘을 합쳐 세종시 원안 추진에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회창 총재는 "정운찬 후보자가 (세종시에 대해) 아주 심한 선입관, 편견에 사로잡혀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총리 지명에 관한 모종의 조건 때문에 할 수 없이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며 "모종의 약속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한다면 그야말로 총리 자리에 가까이 가서는 안 될 흠결요건"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총리는 대통령의 종속기관이 아니라 보좌기관으로 헌법에 국무총리직을 두고 있는 이유는 대통령을 보좌하되 올바른 가치관과 철학을 갖고 대통령이 제대로 국정을 펼 수 있게 하라는 것"이라며 "총리가 대통령과 각을 세워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왔는데 이 말을 듣고 기가 찼다"고 정 후보자를 힐난했다.
본인이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과 각을 세우던 총리'였던 이 총재는 이어 "21세기에 총리가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는 것이 총리의 길이라 말한다면 우리나라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 후보자가 개인적으로 장점이 많을지 모르나 총리로서는 최대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5일 밤 11시 45분 경 한나라당 청문위원들은 야당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 경과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한 바 있다. 정 후보자에 대한 인준투표는 28일 본회의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안상수 "세종시 원안이 당론이라니까"
이와 같이 제1, 2야당이 세종시 문제를 중심으로 정운찬 후보자 반대 공조를 펼치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같은 시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종시 원안 처리가 당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9부2처2청 이전'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안 원내대표는 또 "28일 본회의에서 당력을 총집결해 정 후보자의 인준 표결에서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야당 측에서는 29일로 표결을 연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시간을 끌어봐야 야당의 공세만 더 강해질 뿐 여당으로서는 유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점유하고 있어 한나라당 단독으로 정 후보자 인준을 처리할 수도 있다.
다만 여당 내에서도 정 후보자 지명을 계기로 세종시 원안 수정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차명진 의원 등 수도권 의원들 중심으로 원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에서도 세종시 원안 유지 의견이 지난 12일 조사 당시 40.4%였으나 23일 조사에서는 28.5%로 떨어졌고, 반면 '기능 변경', '원점 재검토' 의견은 6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가 '원안 당론'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에 '원안 추진' 약속을 문서화할 것을 요구할 경우 한나라당 내에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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