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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이 울고갈 방통위의 골칫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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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이 울고갈 방통위의 골칫거리

[김종배의 it] 방송이 '황금알'? 기업은 '오리알'

보도가 여러 번 나왔다. 종합편성채널에 진출하려는 신문사들이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고 있다고 한다. 재계 순위 30위 안의 대기업은 물론 코스닥 상장 벤처기업과 지방 중견기업들, 그리고 재외동포 기업인들을 돌며 종편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일각에선 이런 움직임을 곱지 않게 바라보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정상적인 투자 유치전으로 이해할 측면이 없지 않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는 현상이 문제가 아니라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야만 하는 사정이 문제다.

한 대기업 임원이 그랬단다. "종편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하면 1년 정도 괴롭힘을 당하겠지만, 들어가면 10년간 돈 내고 휘둘려야 한다는 것이 재계 일반의 생각"(한겨레)이라고 했단다.

분위기가 이렇다. 돈에 관한 한 개가 울고 갈 정도로 후각이 발달한 기업들이 손사래를 치고 있다. 돈이 된다면 중소기업 영역은 물론 동네 골목상권까지 치고 들어가는 대기업이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많이 다르다. 미디어법을 밀어붙이면서 정부와 여당이 펼쳤던 주장과 기업이 내보이는 모습은 상반된다. 정부와 여당은 다채널로 가면 미디어 산업이 발전할 거라고,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부응하면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키울 수 있다고 했지만 기업은 믿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은 방송이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기업은 '오리알' 신세를 면하려고 발버둥을 친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방송통신위원회

그럴 만하다. 시장 상황만 놓고 보면 기업이 '노 땡큐'를 연발할 만하다.

방송광고 시장이 포화인 상태에서 채널을 늘리면 파이 키우기가 아니라 파이 쪼개기 결과가 빚어진다. 방송이 발전하는 게 아니라 동반 쇠락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KBS 수신료를 올리는 대신 KBS2의 광고 방송을 금지한다고 해도 '새 발의 피'다. 이렇게 해서 창출되는 광고량은 대략 3000억원. 기존의 공중파와 신규 종편이 나눠 갖는다고 가정할 때 살림살이에 크게 보탬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방송광고공사 독점 체제 해체가 현실화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방송광고공사 독점 체제 해체 후 공영 미디어렙과 민영미디어렙 양사 체제가 구축되든, 방송사별로 미디어렙을 별도 설치하든 광고 수주전쟁이 불을 뿜을 건 불 보듯 뻔한 일. 이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는 곳은 시장을 선점하고 매체 파워가 센 곳이 될 수밖에 없다. 기존 공중파 방송 말이다.

아무리 봐도 돈 될 여지가 없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은 고사하고 내수 시장에 뿌리내릴지조차 불투명하다. 적게 버는 만큼 적게 쓰기 위해 외국 드라마 등을 싼 값에 수입하기 시작하면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크는 게 아니라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봉'이 되기 십상이다. 기업은 바로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그랬다. 지난 22일 국회에 나와 "내년 초에나 종편 사업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말에 종편 사업자 2-3곳을 선정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물러섰다.

방송통신위는 미디어법에 대한 헌재 결정과 방송법 시행령 성안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언론계는 다르게 본다. 종편 사업자 수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희망하는 신문사에 모두 허가장을 내주자니 '부실화'를 부를 게 뻔하고, 한 곳만 내주자니 '특혜 시비'와 '반발'을 자초할 게 자명하기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경제 논리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정치논리까지 감안해야 하다보니 머리가 깨진다고 진단한다.

두고 볼 일이다. 방송통신위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솔로몬의 지혜는 아기가 반으로 잘리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에 기초한 것이지만 방송통신위는 이런 확신을 가질 수 없다. 광고를 반으로 자를 수도, 합칠 수도 없고, 사업자를 여럿으로 나눌 수도, 합칠 수도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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