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2기 내각'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7명의 국무위원 후보자들 가운데 도덕성과 자질 면에서 현격한 결격사유를 노출한 사람이 백 후보자다. 여성정책에 관한 전문성의 결여는 물론이고 '투기의 달인'이라는 오명을 인사청문 과정에서 얻었다.
여성계는 연일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야당도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일부 보수언론도 사설을 통해 "백 후보자의 부동산 거래명세를 보면 과연 장관의 직무수행에 적합한 도덕성과 공직의식을 갖췄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동아일보>, 9.21)라고 했다.
낙마 가능성이 거론되자 한나라당이 방어막을 쳤다.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동아일보> 사설에 대한 볼멘소리를 앞머리에 올렸다. 그는 "백 후보자에 대해 마치 부동산 투기의 달인이라는 식으로 표현해 사설을 썼는데 너무나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여성의원들 전원을 초청해 얘기를 들어보니 (백 후보자가) 너무나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안 원내대표는 백 후보자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대리 해명도 했다. 병역 비리 의혹에 대해선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의무기록이 있는 만큼 의혹은 깨끗이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청문회에서 제출을 거부했던 진료기록을 뒤늦게 검토해 보니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여성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김금래 의원은 이를 '모성애'로 치장해 거들었다. 그는 "안 원내대표가 잘 모르고 공개해버렸는데 엄마가 자식의 아픈 부분을 전국에 노출하기 어렵다. 이를 이해해 비공개를 전제로 자료를 열람했던 것"이라고 꾸짖었다. 그러자 안 원내대표도 "그 부분은 저도 취소하겠다. 자식 키우는 엄마 심정이니까"라고 맞장구 쳤다.
안 원내대표는 또한 백 후보자의 결정적인 하자로 거론되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자기 일처럼 소상하게 해명했다. 백 후보자의 부동산 문제가 3건이라 해명시간이 좀 길었다.
안 원내대표는 우선 백 후보자의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와 관련해 "96년에 집을 사서 그것이 재개발 되는 바람에 더 값이 나가게 됐다"며 "지금도 그 집에 살고 있는데 무슨 부동산 투기냐"고 했다.
그러나 백 후보자는 22평짜리 '복지아파트'를 매입해 40평짜리 동부센트레빌로 재건축돼 엄청난 시세차액을 거뒀다. 그럼에도 백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아파트 시세가 더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해 청문위원들로부터 "2억짜리 아파트가 8억6000만원이 됐는데도 더 오르는 게 솔직한 바람이냐"는 핀잔을 들었다.
안 원내대표는 또한 "백 후보자가 서울대 부근 열 몇 평짜리 조그만 다세대 주택 하나 산 게 있는데 부부가 서울대 교수라 학교 근처에 마련해 둔 것인데 이것을 투기로 몰아가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원내대표가 말한 백 후보자의 상도동 주택은 2001년에 9000만 원에 구입해 2003년 삼성 래미안으로 재개발됐다. 백 후보자는 3년 뒤 이를 4억5000만원에 팔아 5배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안 원내대표는 또한 "목동아파트 문제는 친한 친구 남편이 부도가 나서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좋은 일 한 번 해보려다가 부동산 투기꾼으로 몰리게 된 것"이라고 방어했다. 그러나 안 원내대표는 백 후보자가 이 아파트를 되파는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썼다는 점을 외면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같은 '긴' 대리해명 뒤 "여성부 장관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잘못은 아니다"며 "민주당은 빨리 청문경과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국회 여성위원회 위원장인 신낙균 의원은 이날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문성과 경력 면에서 여성부를 맡기에는 전혀 적합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고, 이강래 원내대표는 "상식에 맞지 않는 인사라고 생각해 청문보고서 채택에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법적으로는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회의 정상적인 처리과정을 통하지 못한 백 후보자의 임명이 일방적으로 강행될 경우 아직까지는 소극적인 여성계와 야당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 이명박 정부 2기 내각의 순조로운 출발이 불투명해진다. 해외 순방중인 이 대통령의 귀국 후 결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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