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 2월 성남 서울공항과 인접해 있어 공군이 지난 15년간 반대해왔던 '제2 롯데월드' 허가를 따냈다. 신격호 회장의 오랜 숙원이 풀렸다. 이어 지난 2000년부터 추진해온 인천 계양산 골프장 건설 허가도 따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격시 안전거리 확보 문제'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던 육군 17사단이 최근 '조건부 동의'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군이 안전 및 안보를 이유로 오랫동안 반대해오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갑자기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인천 계양산 골프장 사태는 제2 롯데월드와 닮아 있다. 인근에 군 시설이 있다는 이유로 개인들은 여전히 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또 제2롯데월드에 이어 또 한번 안보논리를 누르고 개발허가를 따냈다는 점에서 롯데의 막강한 로비력도 거듭 확인됐다.
17사단, 사격장 안전거리 확보 이유로 반대하다 찬성 선회
인천시는 오는 24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롯데건설이 제출한 계양산 골프장 관련 도시계획 변경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롯데건설의 계양산 골프장 사업은 그동안 환경파괴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침해 등을 이유로 지역주민과 군의 반대에 부딪혔었다.
이에 롯데건설은 지난 3월 한강유역환경청에 골프장 규모를 15홀로 줄이고 대체서식지를 조성하는 등의 보완책을 제출해 조건부 동의를 얻어냈다. 이어 이달 초 사격장 등 육군 제17사단에도 보완대책을 제출해 지난 14일 조건부 동의를 받아 냈다.
육군 제17사단이 제시한 조건은 ▲사업면적 추가 조정없이 골프 3개홀 축소조정 및 기타 시설물 설치 금지 ▲사격장 내 안전 및 훈련여건 보장 ▲민원발생금지 및 해소대책 강구 ▲적의 공중침투에 대비한 대책강구 ▲각종 인·허가 및 민원관련 문제는 원인제공자 책임원칙에 따라 롯데(인천시)에서 해소방안 제시 및 해결 등의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계양산 골프장 건설은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더라도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군대간 아들딸들이 부유층 골프치는 모습 보면 훈련해야 하나"
▲ 인천에서는 계양산 골프장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 인천시민위원회가 지난해 받은 반대 서명만 3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해 인천시민위원회가 진행한 100일 간의 릴레이 반대 단식 농성 장면. ⓒ뉴시스 |
이들은 또 육군의 조건부 동의에 대해서도 "인천시가 도시계획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미 '기타 시설물 설치 금지'라는 내용을 위반하고 있다"며 "3개홀을 조정했을 뿐 전체 면적이나 시설 면적에는 변화가 없다"고 주장했다. 즉, 골프 코스만 줄였을 뿐 골프장 전체 면적에는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그간 4차에 걸쳐 안전을 이유로 골프장과 사격장이 양립할 수 없음을 일관되게 밝혔던 17사단이 조건부 동의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 대해 국민감사청구를 금주 중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도시계획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9월에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했으나 갑자기 입장을 선회해 24일 회의를 선회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내수경기 부양을 이유로 골프장 입지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골프장 건설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도 기획재정부는 '내수기반 확충방안'을 통해 회원제 골프장의 입지 제한 규정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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