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별 게 아닌 모양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말했다. "부동산 투기 등의 악의적 목적이 없는 위장전입은 과거의 기준으로 이해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액면 그대로 이해하자. 선의적 목적의 위장전입은 양해할 수 있는 사안이다. 자식 사랑이 넘쳐 내 새끼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불가피하게 행한 위장전입이 그런 경우다.
왜 아니겠는가. 자식을 위해서는 불구덩이에도 뛰어드는 게 부모 마음인데 그까짓 위장전입이 대수겠는가. 내 새끼 장래가 걸린 문제라면 위장전입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할 수 있다.
과거 회귀도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자식 사랑법'이다. 고교 평준화가 이뤄졌지만 명문고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른바 SKY 진학자를 다수 배출하는 학교는 분명히 있다. 외고나 자사고 뿐만 아니라 일반고에도 있다. 그래서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내 새끼를 명문고에 보내는 건 부모의 도리를 넘어 의무에 가깝다.
그래서 작심했다. 나도 한 번 해보기로 작정했다. 남들 다 한다는 위장전입. 나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대상지는 일찌감치 정했다. 때마침 '한국일보'가 보도한 게 있다. 서울 강남 외곽지역 중학교에서 서울 서초구 소재 명문 고교에 학생들을 진학시키기 위해 중3을 대상으로 위장전입 비결을 가르친다고 한다. 그래, 대상지는 서울 서초구다.
헌데 이게 생각처럼 간단치가 않다. 시뮬레이션을 하고 또 해도 방법이 나오지 않는다.
위장전입을 하려면 받아주는 집주인이 있어야 한다. 서초구에 집 한 채 갖고 있는 지인이 꼭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없다. 휴대폰에 전화번호가 저장된 지인 명단을 훑어도, 색 바랜 옛날 전화번호부를 뒤져도 서초구에 내 집 갖고 있는 지인을 찾을 수가 없다. 사회에서 오가다 만난 한두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다. 실정법인 주민등록법 위반 범죄의 공범이 돼 달라고 요구할 만큼 막역한 사이가 아니다.
고민 고민 하던 차에 부동산 중개업소가 생각났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지 않았나.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니라'라는 신념을 몸소 실천하다보면 용케 한 곳이 호응할지 모를 일이다. 물론 비용은 조금 들 것이다. 중개업소엔 용역비를 지급해야 할 것이고, 집 주인에겐 주민등록지 제공비를 줘야 할 것이다. 아끼면 안 된다. 이 정도 비용까지 지불하지 않고 교육 노른자위 땅에 터 잡으려고 하는 건 도둑 심보다.
헌데 켕긴다. 행여 쇠고랑 차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 재수 없게 준법의식이 투철한 중개업소를 만나면 곧장 신고와 처벌이 뒤따른다. 위장전입을 시도했다가 입건된 사람만 2007년에 1500명을 헤아린다고 하지 않는가. 게다가 이명박 정부가 기초법질서 확립을 줄기차게 외치고 있지 않은가. 만만치가 않다. 자칫하다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나도 청문회에 설 만큼 고관대작이면, 그래서 청문회 자리에서 '미안합니다' 한 마디 하고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언감생심이다. 애당초 가능치가 않다. 인생을 걸어야 한다. 1000만 원 벌금은 여기저기서 꿔서 메운다 해도 징역형을 받으면 사회적으로 매장된다. 더불어 끔찍이 사랑하는 내 새끼 가슴에 멍을 새긴다. .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일찌감치 찬 물 마시고 꿈 깨야겠다. 위장전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만이 감행할 수 있는 고난도 작업이다.
예나 지금이나 위장전입은 아무나 하는 '관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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