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난 2분기 GDP 성장률을 2.3%로 끌어올리는 등 성과를 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확장적 재정.금융 정책기조를 당분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제적 논의로 볼 때 기준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윤 장관은 이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여러 상황을 감안해 현명한 판단을 하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다"며 금통위에 금리인상을 하지 말라는 사인을 줬다.
윤 장관의 이같은 입장은 지난 10일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가 밝힌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에서 7개월째 기준금리 2.0% 동결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성태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빚이 너무 많아지도록 작용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해 물가를 압박하고,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에서 경제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거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균형 있게 봐야 한다"고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이 총재는 "강력한 금융완화 기조의 폐단이 자꾸 크게 나타나고 확산된다면 정책기조를 재고해 볼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버블을 더이상 방치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이 총재의 입장에 윤 장관이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혀 향후 금리인상 시기와 폭을 둘러싼 재정부와 한은의 '갈등'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강만수 대통령 특보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고 있을 때도 재정부의 노골적인 '압력성 발언'으로 재정부와 한은의 갈등이 고조된 바 있다.
박승ㆍ조순 "금리 올려야"
한편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조순 전 경제부총리 등 전직 경제수장들도 최근 자산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면서 금리인상을 주문하고 나서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14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지금 금리수준이 너무 낮고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있어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경기회복시 반드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금리인상을 주문했다.
조순 전 부총리도 지난 11일 MBC라디오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나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며 "필요한 시점에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가 오게 되면 소위 스태그플레이션이 나오는데 이건 아주 곤란하고 골치 아픈 일"이라며 "금융면에서 출구전략 비슷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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