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 관세효과로 인해 농업부문 피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많았으나, 제조업 역시 FTA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결과가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IEP "제조업 무역적자 5.1억 달러"
14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기획재정부의 의뢰로 작성한 '기발효 FTA와 한-미 FTA 발효시 경제적 효과분석' 보고서는 한-미 FTA 발효 15년 동안 기계, 전자 등 7개 제조업 분야의 대미 무역수지 적자는 5억91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제조업 7개 분야는 발효 이후 1년 동안은 2억263만 달러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출 증대보다 수입 증대 효과가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07년 4월 정부가 11개 국책연구기관의 의뢰조사 결과를 발표한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6% 증가, 일자리 34만개 증가" 내용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이번 연구는 2007년 당시 조사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높자 정부가 "그 동안의 세계경제 변동을 반영한 최신 자료로 경제적 효과를 다시 분석하겠다"며 KIEP에 의뢰해 이뤄졌다.
2007년 분석 보고서는 2001년 경제 수치를 바탕으로 조사됐으며 이번에는 지난해 말 2004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 출시된 분석모델인 '국제무역 분석 프로젝트(GTAP)' 일곱 번째 모형(Ver.7)을 사용했다. 그러나 지난 3월, 갑자기 연구과제가 변경돼 GDP, 고용 등 거시경제 부분이 빠진 채 연구가 진행됐다.
GTAP은 국제 자유무역이 필요하다는 고전경제학파의 논리에 따라 만든 계량분석 모델로,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시나리오 분석 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시나리오 분석은 대체로 일반균형분석을 사용한다.
이해영 교수 "연구결과 당장 공개해야"
이번 연구결과는 정부가 대외비로 걸어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는 <국민일보>가 이번 사실을 보도하자 14일 보도해명자료를 내 기사 내용을 반박했다.
정부는 "이번 연구는 2008년 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해 부분균형분석 방법을 사용해 2007년에 사용한 일반균형분석과 달리 생산성 증대효과, 산업 간 연관효과 등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탄력성 비교를 위해 모든 산업분야에 대해 일괄적으로 동일한 분석방법과 조건을 적용했기 때문에 일부 산업현실에 맞지 않는 결과가 산출됐다. (이 때문에) 2008년 최신자료를 사용해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FTA 효과를 정성적으로 분석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정부에서 GTAP Ver.7을 도입하면서 '2004년의 최신 데이터를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가 이제 와서는 작년 데이터를 사용한다고 했다. 만약 2004년 데이터를 이용해 산출된 값이 좋았다면 정책홍보에 바로 썼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이제까지 세계 모든 나라가 일반균형분석 기법으로 FTA 전망을 했는데 갑자기 부분균형분석을 사용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며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방법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사용해 놓고 마치 진실인 양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연구자의 주관적 입장이 강하게 반영되는 정성분석을 실시하겠다는 것도 문제라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계량분석의 기본은 정량분석이지, 정성분석이 아니다"라며 "국민이 경제학을 잘 모른다는 핑계로 국민 세금을 갖고 사기극을 치는 것이다. 당장 연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국제통상연구소)가 정부 모델과 똑같은 프로그램을 구입해 자체분석한 결과는 FTA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과를 얻는데는 2~3주면 충분하다"며 "지난해말부터 시작해 무려 6개월 동안이나 걸려서 연구를 했다면 결과를 수십번은 더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여태껏 새 연구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이유가 원하는 전망자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런 지적에 대해 재정부는 전화통화에서 "담당자가 국회로 나가 연결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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