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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군대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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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군대 뮤지컬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 VS 뮤지컬 '마인'

남자 셋이 모이면 하루를 채우고도 할 이야기가 남아있다는 그 군생활. 다시 가라고 하면 가지도 않을 거면서 장황하게 늘어놓기만 하는 게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다. 남자들에게 일생의 화젯거리가 되는 그 군입대가 언젠가 한번쯤은 꼭 여자들을 울린다. 남자친구의 광채 나는 머리를 보며 눈이 부셔 눈물을 흘리는 애인, 수년 동안 싸우다가 정들어버린 오빠가 안쓰러운 동생, 아들을 보내는 어머니, 하다못해 군대 간 애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솔로들까지. 군대란 이처럼 눈물 흘리는 여자들에게는 경험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다. 그러나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된 남자들의 세뇌교육에 의해 이제는 여자들도 대충은 안다. 그것도 모자라 무대 위에서까지 남자들에게 지긋지긋한 군복을 입힌 뮤지컬이 공연되고 있으니, 바로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다.

▲ ⓒ프레시안

네가 원조? 나도 원조! (군악대 뮤지컬 VS 군대 뮤지컬)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는 최초 군악대 뮤지컬로 화제를 모았다. 뮤지컬 마니아들에게도 생소한 군악대 뮤지컬. 이 작품은 군악대 뮤지컬의 원조라 할 수 있다. 한국만의 독특한 군대 특성을 살려 제대한 남성들에게는 추억을, 군대를 가야할 이들에게는 호기심을, 일반 관객들에게는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 안에는 주위에 꼭 한명쯤 있을법한 인물들이 모여 있다. 군대라는 한정적 공간이지만 그들의 사건과 갈등은 우리네 관계와 다르지 않다. 오해와 실수로 인해 상처주고 상처받는 우리의 모습이 군복을 입은 남자들의 모습을 하고 서 있다. 그렇기에 함께 웃으며 공감할 수 있다. 결국 군복을 입고 악기를 연주하며 화합하려는 그들은 세상과의 화음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들과 닮았다. 관객들은 새롭게 탄생된 군악대 뮤지컬의 생소함 속에서 만나게 되는 자신의 모습과 반갑게 조우한다.

아직도 군악대 뮤지컬이 어색한가? 그러나 뮤지컬 '마인'을 기억한다면 군 소재 뮤지컬이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뮤지컬 '마인'은 창군 이래 최초로 제작된 군대 뮤지컬로 기획 단계부터 '군의 획기적인 시도'라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공연은 국방부 건군 60주년 기념 사업단이 주최하고 윤군본부가 주관했다. 화제가 된 만큼 신선하지만 무엇을 믿고 이 뮤지컬을 관람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 이야기됐던 것도 사실이다.
뮤지컬 '마인'은 군대라는 소재를 통해 고민하고 후회하기를 반복하는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군인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뮤지컬 '마인'은 군대 뮤지컬이라서 더욱 새로운 요소들이 잘 버무려져있다. 국민들과 군의 소통 매개체 역할을 지향하던 뮤지컬 '마인'이야말로 군대 뮤지컬의 원조다.

우리는 군복 입고 어디든 활보한다!
뮤지컬 '마인'은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폭발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이종명 대령(49. 육사39기. 당시 중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뮤지컬의 타이틀 'MINE'은 군사용어로 '지뢰지대'를 뜻한다. 한편으로는 내가 소속된 가정이나 공동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에 군내에서뿐 아니라 군 밖에서의 생활도 비중 있게 그려진다.

반면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는 처음부터 끝까지의 모든 사건이 군내에서만 이뤄진다. 따분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들은 군악대다. 어긋나는 연주처럼 그들의 관계도 삑사리 난다. 그 과정에서의 갈등이 탄력적으로 그려진다. 잘 짜인 구성은 내무반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만 이뤄지는 극의 전개를 아쉬움 없이 이끌어나간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를 계기로 이제 군대 뮤지컬의 어감이 주는 이질감은 거의 사라졌다.

군대 뮤지컬을 만든 우리는 전문가!
뮤지컬 '마인'의 크리에이티브 팀은 국내 정상급의 연출진으로 구성됐다. 뮤지컬 '지저스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연출가 김덕남, '보잉보잉' 작가 문희, '명성황후' 안무가 서병구, '라이오스타' 음악감독 구소영, '햄릿' 기술감독 김미경, '미스사이공' 무대감독 이승재, '지킬앤하이드' 무대디자이너 권용만, '시카고' 음향디자이너 권도경 등. 프로그램 북에 소개된 수식어를 빌려 쓰자면 '국내 최고의' 뮤지컬 연출진이 이 작품을 만들었다. 이름만으로도 이슈가 될 만한 이들이 모여 뮤지컬 '마인'을 만든 것은 근사한 '사건'이었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에는 소위 말하는 스타캐스팅이 없다. 뚝심 있는 극단의 뚝심 있는 연출진과 배우들이 모였다. 그래서 뚝심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연기를 업으로 삼고 있던 배우들은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배우'이기에 가능했다. 그 결과는 무대 위에서 노련하게 움직이는 그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뮤지컬계에서는 아직 낯선 군대라는 소재를 가져와 자연스럽게 융화시켰다. 또 다른 다양성이 추가됐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가 이룬 군대 뮤지컬의 '진화'는 한국 뮤지컬계의 '진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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