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3일 유엔 주재 신선호 북한대사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편지를 보내 "폐연료봉의 재처리가 마감단계에서 마무리되고 있으며 추출된 플루토늄이 무기화되고 있다"며 "제재를 앞세우고 대화를 하겠다면 우리 역시 핵억제력 강화를 앞세우고 대화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정인 교수는 "또 한미 양국은 최근 북한이 보여 주었던 미국에 대한 유화적 태도나 김대중 대통령 서거 시 '특사 조문 사절단' 파견을 통해 우리 측에 보여준 온건한 자세 모두 제재 국면을 극복하기 위한 전술적 움직임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 기회에 북에 대한 제재 압박을 더 강화 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 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그러나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는 국가가 외압에 굴복, 핵을 포기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더구나 2012년 강성대국 건설, 선군정치의 기조 유지, 그리고 안정적 후계 구도 구축 등 북의 국내 정치적 여건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엄격히 말해 보유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프레시안 |
문 교수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제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는 변화된 현실 인식을 기초로 북핵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비핵화라는 요구 사항을 보다 구체화하고 협상의 우선순위를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를 먼저 폐기할 가능성은 지극히 적다"며 "따라서 폐기될 때까지 이들에 대한 투명성과 통제를 확보하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문 교수는 "6자회담과 9·19 공동선언의 중요성에 대한 합의가 재천명되어야 한다"며 "6자회담이 활성화 되고, 지금의 6자회담 구도에 견제와 균형이 복원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핵화 이전의 정상 수준 접촉은 북의 태도 변화를 가져 올 가장 큰 인센티브라 생각된다"며 "이명박 대통령 또는 일본의 하토야마 신임 총리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문 교수는 "북을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정확하게 조망해야 한다"며 "사실 지난 한 해 동안 북핵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했던 것은 김정일 건강이상설, 급변사태론, 3남 김정운 후계자설 등 미확인 정보의 난무 현상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 도쿄, 서울 등에 만연하고 있는 아마추어 제네럴리스트(generalist)들의 견해는 가급적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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