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가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감세정책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 대해 "교과서 이론과 실제이론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노선과 입장을 달리 하는 케인스주의자라는 점에서 그의 국정 참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운찬 후보자가 평소 소신을 펴기 위해 넘어야할 가장 큰 현실적인 장벽 중 하나가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관료들이다.
특히 강 특보는 '감세-규제완화-4대강'으로 대표되는 'MB노믹스'의 큰 틀을 짠 사람으로 이 대통령의 신뢰가 각별한 '실세 특보'다. 반면 정 총리 후보자는 그간 학자로서 감세, 규제완화, 4대강 정비사업 등 강 특보의 정책 노선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정 후보자는 지난 3일 개각 발표 직후 서울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쉽게 반대할 사업이 아니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법인세-소득세 추가 인하와 이로 인한 재정적자 증대 문제에 대해선 아직 특별한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런 가운데 강 특보가 "경제특보는 세부적인 정책현안보다 정책기조에 대해서 조언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면서 기존 'MB노믹스' 기조를 강행할 것이고 공식화함에 따라 양자 사이에서 어떤 의견 조율을 낳을지 주목된다.
강만수 "나는 여전히 환율주권론자"
강 특보는 7일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정 후보자의 감세 정책 비판에 대해 "(신임) 총리의 경제관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면서도 정 후보자의 감세정책에 대한 시각을 '교과서적 이론'이라고 폄훼했다. 그는 "지출정책보다 감세정책이 경기부양에 더 효율적이라는 점은 IMF보고서에도 나온다"며 "이론적으로는 지출정책이 더 효과적인데 실증적 분석을 보면 감세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OECD국가 중 우리의 경제회복이 상대적으로 빠른 것은 감세로 인해 소비와 투자의 감소 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강 특보는 또 작년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가장 큰 실책으로 꼽히는 고환율 정책에 대해서도 적극 항변했다. 그는 "지난해 환율상승은 과도하게 고평가된 원화가치가 정상화되는 과정이었다"며 "과거 재경부 장관들이 천편일률적으로 '환율은 시장에 맡긴다'고 했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환율이 펀더멘털과 동떨어져 있으면 정부가 잘못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래도 쏠림이 있으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나는 여전히 환율주권론자다"고 밝혔다.
저출산 문제 해법이 이중국적 허용?
한편 강 특보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중국적 허용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혀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강 특보는 "저출산 문제는 심각하다"며 "돈을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해외 우수 인재를 받아들이는 이민정책도 검토해야 한다. 나도 백인 조카 며느리가 둘이다"고 밝혔다.
자녀, 부인 등의 이중국적 문제는 장관 인사청문회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문제다. 대한민국 상류층에서는 그만큼 일반화된 문제이며, 병역의무 회피 등을 위해 외국국적을 택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중국적 허용 문제가 본격적으로 검토될 경우 병역의무와 관련된 특혜 논란이 불가피하다.
또 이중국적 허용이 과연 저출산 대책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현재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여성들의 출산, 육아에 대한 부담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인 보육시설 확대 등에 대해 강 특보는 "돈을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강 특보는 지난 3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시절에도 이중국적 허용 문제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당시 우수한 외국 인재, 부모의 외국체류 중 외국 국적을 취득해 이중국적을 갖게된 한국인 등에 대해 이중국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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