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연임 어려울 듯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파생상품 거래를 일정기간 할 수 없도록 하는 일부 영업정지 조치 안건을 금융위원회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발맞춰 우리은행에는 파생상품 가입자의 투자손실 책임을 물어 기관경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황 회장에 대해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관련 법규 위반을 이유로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현행법상 황 회장은 KB금융지주 회장직 유지에는 문제가 없지만 연임은 불가능하다.
황 회장의 뒤를 이어 우리은행장을 맡은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이종휘 현 우리은행장은 주의적 경고 조치를 줬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황영기 KB지주 회장의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이장영 부원장(오른쪽) 등 위원들이 제재심의위원회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그간 황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처벌 가능성은 금융권 최대 화두였다. 황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 취임 후 은행 대형화 논리로 금융권 재편 논의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그의 연임이 불가능해진 것은 이후 막대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은행인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자리에 새 인사가 들어오면서 금융권의 인사이동이 만만찮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마당이라 정부측 인사들이 은행권에 연착륙할 가능성마저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경제개혁연대는 4일 논평을 통해 "무리한 규모 확장 전략으로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에 심각한 경영상 어려움을 제공한 황 회장에 대한 이번 징계 조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금융위는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그대로 의결하고, 나아가 국회와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금융기관의 임원 선임 자격 요건을 보다 엄정히 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부분적 영업조치도 검토
한편 책임 당사자가 떠난 우리은행은 부분적 영업조치 징계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005~2007년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손실 위험이 큰 파생상품에 15억8000만 달러를 투자할 때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 우리은행은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투자액의 90%에 달하는 1조6200억 원의 손실을 봤다.
감독당국은 이 과정에 황 회장의 책임이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작년 2월 삼성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금융실명법 위반과 자금세탁 혐의 거래 미보고로, 지난 6월에는 파워인컴펀드 부실 판매로 기관경고를 받았다.
이번 경고 조치로 우리은행은 일부 영업정지 조치 대상이 됐다. 감독규정상 최근 3년 이내에 3번 이 상 기관경고를 받을 경우 일부 영업정지 조치 요건을 충족한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새 정부 인수위에까지 참여, 삼성맨에서 성공한 금융맨으로 신화를 써오고 있었다. 그의 이번 중징계는 만만찮은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
황 회장에 대한 중징계와 우리은행의 일부 영업정지 여부는 이르면 9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나머지 징계는 금융감독원장의 직권으로 확정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결론이 안 난 상황이니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금융위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으로 본다. 지금은 뭐라 할 말이 없다"라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