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은 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뒤섞인 모습이다. 정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의 편중된 경제정책을 균형있게 바로잡기엔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후보자 혼자 현 정부의 노선을 바꾸기엔 역부족인 측면도 있다.
그래서 특히 정 총리 후보자와 개인적 친분이 있거나 사제 관계를 가진 일부 교수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3일 스승의 총리 후보자 지명 소식을 들은 적지 않은 일부 제자들은 언론과 접촉을 피했다. 모 대학 교수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인터뷰에 응한 제자들은 정 후보자에 대한 믿음을 지키는 가운데도 걱정스러움을 적잖이 내비쳤다. 정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각종 강연회와 인터뷰 등을 통해 정부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다 아시다시피 (정 총리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의 중도서민 실용노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는 유력한 분이다. 정 선생님이 그 실용노선이 잘 되도록 기여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강만수, 윤진식 두 브레인이 버티는 만큼 '얼굴마담'으로 전락할 것도 같아 걱정스러운 마음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우려했다.
정 후보자와 <경제학원론> 공저자이자 정 후보자가 가장 아끼는 제자 중 한 사람인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말을 아꼈다. 전 교수는 "일신의 영달을 위해 가신 걸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칫 정권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입각하실 때 생각하셨던 뜻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미련을 가지실 필요 없으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정 선생님의 인품과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정말 어려움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학자로서 지켜온 순수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참여하신 것 같다"며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권 교수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금산분리완화·미디어법 등 원하는 큰 줄기 정책을 모두 마무리짓고 친서민노선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행한 인사가 아닌가 싶다"며 "정 선생님이 소신 있게 일 하실 역할이 주어질지가 걱정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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