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타미플루가 충분히 공급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타미플루의 특허를 쥐고 있는 스위스의 제약 업체 로슈가 공급 물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공급을 충분히 한다고 하더라도 신종플루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나라는 구입하기가 쉽지 않을 테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류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전염병 앞에서 돈벌이라니!
▲ 타미플루. ⓒ프레시안 |
한의학자들도 오래 전부터 이 대회향을 주목했다. 중국의 유명한 한의학자 도홍경은 이것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냄새나는 고기를 삶을 때 이것을 넣으면 냄새가 사라지고, 장(醬) 류의 부패한 것에 이것의 가루를 넣어도 향이 난다. 그래서 '회향'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한의학자도 옛날부터 이 대회향이 전염병에 효과가 있으리라고 여겼던 것이다. 한의학의 고전 <본초강목>을 보면 전염병에 회향을 사용한 기록이 있다.
"학질에 발열이 심해 목 부분 등으로 열이 오르면 회향을 짓이겨 즙을 복용한다."
1542년 발간된 <간이벽온방>에서도 흥미로운 대목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에는 전염병을 예방하고자 다음과 같은 처방을 제안한다.
"설날에 파, 마늘, 부추, 염교, 생강 등 다섯 가지 매운 음식을 먹어라. 동짓날 팥죽을 끓여 먹어라. 칠석날 모두가 모여 팥을 먹어라. 배추를 잘게 썰어 술에 섞어 먹어라. 솔잎을 잘게 썰어 술에 섞어 먹어라."
한의학의 시각에서 보자면, 옛 사람들은 '더운' 음식이 전염병 예방에 도움이 되리라고 보았다. 실제로 타미플루의 원료인 대회향도 '더운' 음식이다. 솔잎을 권유한 것도 놀랍다. 타미플루의 원료가 되는 시킴산은 대회향뿐만 아니라 소나무, 전나무, 가문비나무에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간이벽온방>의 세시풍속엔 이런 옛 사람의 지혜가 들어 있었다.
지금은 한의학이 보약을 짓는 데 주력하는 대체 의학으로 전락했지만, 애초 한의학은 전염병에 대응하고자 등장했다. 한의학의 원조는 화타, 편작이 아니라 장중경이다. 장중경의 <상한론>은 모든 한의학 처방론의 원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중경은 <상한론>의 서문에서 그가 왜 의학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놓고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종족이 많아서 전에는 200명이 넘었다. 그러나 건안 원년 이래 10년도 못돼 3분의 2가 죽었다. 상한병에 걸려 죽은 사람이 그 중의 10분의 7이었다. 이 책이 모든 병을 낫게 할 수는 없지만, 병의 근원을 파악해 절반 정도는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상한병은 천연두,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의학은 전염병의 위기 속에서 가족, 이웃을 지키려는 몸부림에서 발생한, 현실적인 치료 의학인 것이다. 일찌감치 대회향의 효능을 간파해서, 전염병 치료에 활용했던 옛 사람의 지혜도 이런 치열함에서 나왔으리라.
하나만 덧붙이자. 설사 신종플루에 감염이 되더라도 모두가 바이러스의 먹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타미플루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자연 치유된다. 바로 면역의 힘이다. 매일 운동을 하고, 숙면을 취하고, 균형 있는 영양을 섭취하며, 스트레스를 덜 받는 즐거운 생활을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확실한 전염병 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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