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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FTA FTA 3년… 무역적자만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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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FTA FTA 3년… 무역적자만 증가

수출 늘어난 선박은 원래 '무관세'…"FTA는 제로섬 게임"

한국-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노르웨이·스위스·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가 1일로 3주년을 맞았다. 정부는 한-EFTA FTA 3주년을 맞아 그 동안 변화한 교역·투자동향을 발표했다.

결과는 정부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 정부 스스로도 "여타 FTA와 비교할 때 교역증대 효과가 크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무역적자는 기존보다 더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관세 철페 효과 미미

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분석자료에 따르면 한-EFTA FTA 협정 후 가장 큰 변화는 대 노르웨이 교역규모가 증가. 노르웨이가 EFTA 국가 중 교역량 1위 국가가 됐다는 점이다.

3년차인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 사이(11개월) 한국과 노르웨이의 교역액은 44억4000만 달러로 협정 발효 전에 비해 약 3배가량 늘어났다. 발효 1년 전인 지난 2005년 9월부터 2006년 7월 사이 교역액은 13억7000만 달러다.

반면 노르웨이를 제외한 나머지 3국과의 교역규모는 3년차 현재 오히려 줄어들었다. 3년차 대 스위스 교역액은 전년동기대비 25.1% 감소했고 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과의 교역액은 각각 39.9%, 33.9% 줄어들었다.

엄밀히 말해 노르웨이와의 교역 규모가 늘어난 것도 FTA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정부에 따르면 노르웨이와 교역 규모 증가 주요 원인은 선박 수출·선박용 부품 수입 증가 때문인데, 선박부문은 원래 무관세 항목이기 때문이다. 선박·반도체·가구 등은 모두 무관세 항목으로 FTA에 따른 직접적 효과가 없다.

지난 2007년 10월 STX 그룹이 세계최대 크루즈선사인 노르웨이의 아커야즈(AKER Yards)를 약 8억 달러에 인수했다는 사실도 감안하면, FTA 효과는 더욱 줄어든다. 2007년 9월부터 지난해 8월 사이 노르웨이와의 교역액은 총 35억8300만 달러로, STX의 인수금액은 22.3%에 달한다.

기대했던 자동차 부문 수출 실적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FTA 발효 1년 전 EFTA 지역 자동차 수출액은 3억4900만 달러로, 발효 1년 차인 지난 2006년 9월부터 2007년 8월 사이 소폭 증가(3억7400만 달러)했으나, 이후 2년은 내리 하락했다. 3년차인 지난해 하반기~올해 상반기 사이 자동차 수출액은 49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무역적자만 커져

FTA로 이득을 본 쪽은 EFTA였다. 한국산 제품이 이들 지역 공략에 지지부진한 반면, EFTA는 강세 분야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

협정 발효 후 선박용 부품의 경우 5년 간 관세 8%를 철폐하는 효과에 힘입어 수입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FTA 발표 후 3년 간 선박용부품의 수입 증가율은 각각 32.4%, 122.2%, 25.3%에 달한다.

그 밖에 의약품(8%, 7년 철폐), 기계류(8%, 5년 철폐) 등 EFTA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던 품목들의 수입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협정 발표 전만 해도 3억8500만 달러였던 대 EFTA 무역적자 규모는 3년 차 들어 14억8600만 달러로 급증했다.

기대했던 EFTA 국가의 대 한국 직접투자(FDI) 유입효과도 그리 높지 않았다. 지난 2003년에서 2005년 사이 2억9000만 달러였던 대 한국 FDI는 교역 후 6억7000만 달러로 늘어났는데, 이 중 30%가 넘는 금액이 크레딧스위스의 우리크레딧스위스 설립, UBS의 대한투자신탁운용(현 하나UBS자산운용) 지분인수 등 금융투자회사의 투자다. 지분인수는 결국 투자차익을 노린 행위일 가능성이 높으며, 고용유발효과는 낮다.

이 때문에 정부도 기대보다 FTA 효과가 낮았다는 점을 인정한다. 정부는 자료에서 "EFTA 국가들의 관세율은 매우 낮은 수준(스위스·리히텐슈타인 2.1%, 노르웨이 0.6%, 아이슬란드 2.3%)으로, 관세철폐에 따른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제고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윤태식 재정부 통상정책과 과장은 "그래도 대 세계 교역증가율에 비하면 EFTA와의 교역증가율이 높은 수준을 보였다"며 "투자자 보호조항 등이 마련돼 투자자들의 심리 개선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 효과를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EFTA 와의 FTA로 얻은 효과는 거의 없었다는 평가다.

"FTA는 원-원 게임이 아니라 제로섬 게임"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 무관세 품목인 선박 말고 그 지역에 팔아먹을 제품이 없다"며 "한국 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들어 정부가 홍보했지만 이 역시 금융투자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FTA 효과가 전 세계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이미 트렌드다. FTA는 '윈-윈 게임'이 아니라 제로섬 게임"이라며 "정부가 말하는 FTA의 경제효과가 무역전환효과, 곧 일종의 가격독점 효과인데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도 경쟁국의 영향을 똑같이 받기 때문에 FTA의 효과는 허구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단위 : 백만 달러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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