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이 누구인가? '리틀 DJ'로 불리던 그다. 그랬던 그가 거부했다.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햇볕정책을 비판하면서 "북한은 민족적 차원에서 다룰 상대가 아니라는 게 증명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동맹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정동영이 누구인가? 자칭 'DJ의 제자'라는 그다. 본인 입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정치적 사부"라고 부르면서 자신이 DJ의 적통자임을 은근히 강조한다. 그런 그가 거부했다. 4.25재보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제 권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주로 향했다.
끌어들이려고 한다. 민주당(일각)이 이런 사람들을 복당시키려고 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가 민주개혁세력 통합이니까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을 통합 1순위로 올려놓고 9월중에 영입할 사람은 영입하자고 촉구한다.
어이가 없다. 만사 제쳐놓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DJ 유지 계승' 입장에서 봐도 어이가 없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 서민경제와 함께 3대 위기의 하나로 규정했던 게 남북관계라는 점에 비춰볼 때 그렇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인생에서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 게 동서화합이라고 말했던 점에 비춰볼 때 그렇다. 두 사람은 'DJ의 유지'와는 거리가 멀다.
전도다. 백번 양보해서 두 사람의 전력을 '한 때의 이견' 쯤으로, 털고 갈 수 있는 옛 일 쯤으로 치부하더라도 민주당의 움직임은 분명 전도다. 이들의 영입은 통합이 완료단계에 이르렀을 때, 통합의 취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맨 후순위로 검토해야 할 일이지 1순위로 추진해야 할 일이 아니다.
이들을 최우선 통합 대상으로 삼으면 이미지가 고착된다. '호남 자민련'이란 냉소 반 성토 반의 분위기를 강화시킨다. 또 그만큼 삭감된다. 민주당이 읊조리는 '혁신을 통한 통합'이라는 구호의 의미가 삭감되고, 정세균 대표가 주장하는 '기득권 포기' 주장의 진정성이 삭감된다. 말은 그렇게 해도 뒤편에선 기득권과 주도권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는 인식만 강화시킨다.
장벽을 친다. 민주개혁세력의 최대 과제로 간주되는 친노 세력과의 통합 길에 콘크리트 장벽을 세운다. 지금의 민주당을 '지역정당'으로 규정하는 친노 세력의 시각을 강화시킨다. 민주당이 한화갑·정동영 씨는 물론 김홍업·최재승 씨까지 복당시키면, 그렇게 줄줄이 호남 인사부터 끌어안으면 친노 세력의 통합 의무감은 반감되고 독자 움직임은 배가된다.
이런 분석은 상식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일반론이다. 그래서 의아하다. 민주당이 이런 상식을 모를 리 없다. 이런 일반론을 깨닫지 못해 판단 미숙, 오류, 착오를 보일 리가 없다.
다르게 봐야 한다. 당위명제가 생존논리를 넘어선 적이 별로 없는 우리 정치사의 경험칙에 입각해 봐야 한다. 통합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 또는 통합에 대비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봐야 한다. '참여민주주의'를 당 운영 원리로 삼는 친노 세력과 통합하면 어떤 사단이 날지 몰라 기득권과 지분을 지키려고 방비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민주당 내 호남세력의 세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선수를 치는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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