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27일 논평을 통해 이와 같이 밝히며 "포스코가 이사회의 불안정성 문제를 스스로 해소해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정준양 회장 선임을 앞두고 이구택 전 회장이 돌연 사임하면서 한 때 포스코는 외압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광양제철소 제공 |
"시차임기구조, 주주권 저해"
시차임기구조란 경영 핵심 의결기구인 이사들의 임기가 차별화된 상태를 뜻한다. 포스코는 수년 간 이러한 구조를 유지해 왔다.
정준양 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27일 개최된 정기주총 결과 9명의 이사가 새로 선임(상임이사 4명, 사외이사 5명)됐는데, 정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상임이사 임기는 1년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현재 포스코 이사(상임+사외) 15명 중 잔존 임기가 3년인 이사는 정 회장을 포함해 6명이며, 2년이 4명, 1년이 5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정 회장과 5명의 신임 사외이사 임기는 3년으로 하면서 유독 3명의 상임이사만 임기를 1년으로 결정했다"며 "총 15인의 이사회 이사 잔존임기를 6:5:4 비율로 달리하는 기존의 시차임기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의도"라고 밝혔다.
시차임기구조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이 제도가 집중투표제(cumulative voting)의 실효성을 떨어뜨려 사실상 주주의 경영권 견제를 무력화시키기 때문. 집중투표제란 지배주주의 권한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특정 이사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거나 반대할 권리를 보장한 제도다.
상법상 법제화된 제도이지만 회사 정관을 통해 배제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 때문에 포스코나 KT처럼 민영화된 공기업, 금융기관 등 일부 기업에서만 이 제도가 운영된다. 포스코 등이 좋은 기업지배구조 회사로 거의 매해 뽑히는 주된 요인이다.
김상조 교수는 그러나 "시차임기구조가 유지돼 정기주총마다 이사 일부만을 선출하게 된다면 집중투표제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 한다"며 "회사를 완전해 장악하려는 누군가의 시도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이사가 3명인 회사가 시차임기구조를 가진 까닭에 매년 1명의 이사만 새로 뽑게 될 경우, 지배주주, 혹은 상위지분 주주들이 뜻을 같이 하게 되면 집중투표제가 있다손 치더라도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진다.
▲ ⓒ경제개혁연대 제공 |
"경영진 입맛에 맞춰 회사 돌아가"
무엇보다 이사회가 견제 기능을 상실하고 현 경영진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허수아비'가 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경제개혁연대는 지적했다.
김상조 교수는 "포스코와 같이 민영화된 공기업은 지배주주가 없는 까닭에 '내부자 통제 기업(insider control firm)'이 될 위험이 상당히 높다"며 "설사 최고경영자의 의사 결정을 비판하려는 이사가 있다손 치더라도 지금처럼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해버리면 반기를 들 수 없다. 시차임기구조의 가장 큰 폐해"라고 우려했다.
정 회장의 행보에 문제의식을 가진 이사가 있다 하더라도 임기가 1년으로 제한된 까닭에 다음해 정기주총서 재선임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을 우려해 제 할 말을 못 하게 된다는 뜻이다. 정상적으로 3년 임기가 보장돼 있다면 새 이사와 정 회장의 임기가 같은 까닭에 이러한 '자기 통제'는 줄어들 수 있다.
김 교수는 포스코처럼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일수록 내부 감시가 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부작용을 이미 동유럽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김 교수는 "90년대 동유럽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공기업들이 대거 민영화됐다. 그러나 경영진과 노조의 담합, 경영진과 정치권 이해관계자들의 담합 등이 이뤄지면서 누구도 회사를 감시할 수 없게 됐고 방만한 경영으로 이어졌다"며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나라들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결국 시차임기구조는 정 회장이 포스코 내부를 완전 장악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포스코가 '지배구조 모범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사 임기의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포스코 "상임이사 역할을 경영진 견제로 보는 것은 무리"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상임이사의 임기는 주총에서 결정되는 것이지 회장이 자의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다. 상임이사의 역할을 최고경영진 견제로 보는 것도 무리"라며 "내용상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반박했다.
포스코는 지난 3일 경제개혁연대가 보낸 이와 같은 내용의 비공개 질의서에 대해 "이사회 운영의 안정성과 회사 경영의 연속성 유지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성과주의에 바탕을 둔 유연한 경영을 위해 3명의 상임이사 임기를 1년으로 정한 것"이라며 "향후에도 상임이사의 임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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