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와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그리고 <아이스 에이지 3>는 지난주의 순위를 그대로 지켰다. 특히 2위를 차지한 <해운대>의 경우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으로는 주말까지 990만을 동원한 것으로 나왔으나 배급사에서는 자체 집계한 기준으로 33일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천만 관객에 도달한 속도가 <괴물>보다는 낮지만 <왕의 남자>와 <실미도>보다는 월등히 높다는 게 배급사의 주장이다. 어느 쪽이 됐든 <해운대>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역대 다섯 번째 한국영화가 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듯하다.
▲ 요가학원 |
신작들은 여전히 기를 못 펴고 있는 상황이다. <요가학원>, <퍼펙트 겟어웨이>, <오펀 : 천사의 비밀>, <소피의 연애매뉴얼> 등 개봉신작들이 나란히 5위에서 8위까지 올랐다. 그나마 관객수도 전국 기준 8만 명에서 10만 명까지 고만고만하게 적고, 서울과 전국 순위도 판이하게 다르다. 서울에서는 <요가학원>보다는 <퍼펙트 겟어웨이>와 <오펀 : 천사의 비밀> 쪽을 좀 더 지지했고, <소피의 연애매뉴얼>보다는 개봉 2주차를 맞은 <퍼블릭 에너미>에 호감을 보였다. 007 브랜드에 대항하겠다며 프랑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4부작 중 첫 영화인 <라르고 윈치>는 서울에서 만 4천, 전국에서 3만 명 가량을 동원하는 데에 그쳤다.
지난 주 개봉작 중 제자리는 지킨 영화는 <아이스 에이지 3>뿐이다. 그나마 5위로 데뷔했던 <퍼블릭 에너미>가 9위에 오르며 간신히 자존심을 차렸다. 주말 관객수는 크게 줄었지만 누적 관객수가 지난 주 20만 명에서 이번 주에 40만 명이 됐다. 적은 수긴 해도 평일 꾸준히 관객들이 이 영화를 찾는다는 얘기다. 반면 호평에 비해 저조한 성적으로 개봉했던 <불신지옥>은 새로 개봉한 영화들에 밀려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현재 23만 명을 동원한 상태다. 개봉 4주차인 <업>은 순위 밖으로 밀려나긴 했지만 전국 백만 명을 돌파하며 조용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블록버스터에 사람이 몰리는 가운데 좋은 영화들이 빛을 못 보는 것은 아쉽지만, 개봉 3, 4주가 지난 <국가대표>나 <해운대>에 관객이 몰리는 이유가 단순히 블록버스터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각 작품의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관객들이 냉철한 사회 분석과 비판보다는 울리면서 웃기는, 혹은 웃기면서 울리는 영화들에서 위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국가대표>가 아무리 위악스럽게 '군대면제'와 '아파트'를 강조해도, 이 영화에는 "굳이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나는 가치가 있다. <해운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대재난이 몰아닥쳐도 그들은 살아남아 다시 인생을 시작한다. 울고 싶은데 웃음도 주고 뺨도 때려주는 영화들, 그러고 보면 참 고마운 존재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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