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시민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모습이었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선 국회에서 열린 공식 영결식 장면이 생중계됐고, 분향소에도 조문 인파가 끊이지 않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설치됐던 대한문 앞에도 수백여 명의 시민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통일 못 보고 가셔 가슴 찢어진다"…"국민 통합 노력 기억해야"
▲ 서울광장 분향소에 한 소녀가 근조(謹弔)리본을 달고 있다. ⓒ프레시안 |
일부 시민들은 오색 양초가 담긴 종이컵을 이용해 서울광장 분향소 한켠 바닥에 "민주주의 수호"라는 글귀를 만들기도 했다. 광장 한 곳에서는 경찰과 서울시의 서울광장 사용 제한 조치에 항의하는 서명 운동과 '언론악법 철폐 서명 운동'도 진행됐다.
문화제에 참석한 김진근 씨는 "고인께서 고생만 하시다가 너무 빨리 돌아가신 것 같다"며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평생을 애쓰셨다. 그 결말을 끝까지 보고 가셔야 했는데,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찢어진다"라고 말했다.
이모 씨는 "김대중 대통령의 인생 자체가 우리나라의 현대사가 아니냐"며 "화해 협력의 유지를 받들어 온 국민이 그 뜻을 실천해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 서울광장 옆에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직후부터 애도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인권위는 김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설치를 약속했던 기구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인권위는 "김 전 대통령의 인권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지난 2001년 인권위가 설립되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는 내용의 추도사를 발표했다. ⓒ프레시안 |
차분했던 분위기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등장하자 일순 술렁거렸다. 국회 공식 영결식에서 분향하고 헌화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이 상당 수 시민들은 야유를 보냈다. 한 시민은 "아, 이명박…" 하며 탄식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분향하는 장면을 두고도 야유와 욕설이 쏟아졌다. 권양숙 여사가 분향하는 장면에서 박수가 쏟아진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이 대통령의 모습을 두고 "무슨 염치로 저기에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부산이 고향이라는 한 시민은 "1970년대부터 대선 때 항상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찍었다"며 "호남 사람들이 지역 감정의 피해를 많이 받았는데, 나라 전체를 통합하려는 김 전 대통령의 노력을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이날 오후 2시까지 모두 1만811명의 시민들이 조문했다. 장례 기간 누적 조문객은 모두 8만240명이었다.
▲ 서울광장 분향소에 헌화하는 시민들. 분향소는 23일 자정까지 유지된다.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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